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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98450113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4-05-05
책 소개
목차
한글판
제1부
제2부
독문판
Kapitel 1
Kapitel 2
책속에서
그건 그렇고 난 여기서 잘 지내고 있네. 고독은 낙원 같은 이 고장에서 내 마음에 값진 진정제가 되고 있어. 그리고 청춘의 이 계절은 자꾸만 움츠러드는 내 마음을 온갖 풍요로움으로 따뜻하게 해준다네. 나무 한 그루, 울타리 하나하나가 활짝 핀 꽃다발 같아. 그러니 풍뎅이가 되어, 향기의 바닷속을 떠다니며 온갖 양분을 얻고 싶은 심정이라네.
그래,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 목소리의 조화로움, 눈빛에 담긴 은밀한 열정을 생생히 묘사하려면 가장 위대한 시인의 재능을 지녀야 할 것 같아. 아니, 그의 존재 전체와 표정에서 풍기는 사랑스러운 분위기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어. 그러니 내가 다시 글로 옮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어설프기 짝이 없어. 그는 여주인과의 관계를 내가 짝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또 그녀의 행실을 나쁘게 보지나 않을까 우려했는데, 특히 그 모습에 내 마음이 움직였어. 그는 그녀의 자태와 몸매에 대해 말했어. 젊은 매력은 없지만 그 몸매가 자기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사로잡는다고 했어.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내 영혼의 깊디깊은 곳에서만 재현할 수 있을 따름이야.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처럼 절실한 욕망과 뜨겁고 간절한 갈망이 이토록 순수하게 표현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야. 아니, 어쩌면 이처럼 순수하게 표현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꿈을 꿔본 적도 없다고 말할 수 있어. 이러한 순진무구함과 진실함을 기억에 떠올리자니 내 영혼의 깊디깊은 곳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어디를 가든 이 충실하고 애정 어린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나 자신에게도 그 불길이 옮겨 붙은 듯 애간장이 타며 못 견딜 것 같아. 이런 말을 한다고 나를 책망하지는 말게.
빌헬름, 나는 자신을 확장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며 세상 곳을 돌아다니고 싶어 하는 인간의 내부에 깃든 욕망에 대해 갖가지 생각을 해보았네. 그런가 하면 제한된 환경에 기꺼이 순응하고 정해진 관습을 따라가며 좌우 어느 쪽에도 신경 쓰지 않으려는 내적인 충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