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8515324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6-10-31
책 소개
책속에서
나는 여전히 찜찜한 느낌으로 그 사건을 다시 떠올렸다. 눈을 감고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감각을 소환해야 할 때가 가끔 있다.
콕 쏘는 향기가 코를 가득 채웠다.
잘못된 호흡과 깊은 포트홀,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걔를 찾아주시오. 아직 어린애야.” 차에서 내려 우리 집 거실까지 9미터를 씩씩거리며 걸어온 마브 루돌프는 내게 몸을 바짝 기댔다. 초밤과 담배 냄새가 섞인 악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 탱크가 소파 아래로 달려 들어갔다. 아마 같은 이유인 것 같았다.
“그녀를 다시 찾아달라는 뜻은 아니지요?”
“어떤 뜻이든 상관없어.”
마브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그의 16살 난 딸 하퍼에 대해 자세히 말한 적이 있다. 여섯 달 전, 그녀는 가족이 사는 맨션을 뛰쳐나가 어둠의 세계―이 경우엔 스키드로 근처의 아담 거리 였다―를 맛보기 위해 처음으로 가출을 시도했다. 그는 자신의 딸이 브론코 포트레라스라는 마약밀매상과 함께 시내 구석진 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브가 사진을 건네주었다. 자세히 보았다. 하퍼는 엄마를 닮은 것이 틀림없다. 하트형 얼굴에 검은 곱슬머리와 커다란 회색 눈을 지닌 소녀였다.……(중략)
카펫이 깔린 구부러진 계단을 올라가니, 3개의 문이 있었다. 그중 두 개는 약간 열려 있었다. 복도 끝에 있는 잠긴 문으로 가서 목재 문에 귀를 댔다. 흥분한 목소리. 하나는 낮고 하나는 높다. 다투고 있는 건가? 살짝 문을 열었다. 나체의 근육질 남자가 가냘픈 젊은 여성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마음속에서 경보가 울렸다. 2-6-1! 2-6-1! 성폭행!……(중략)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 바람에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탱크가 무릎에서 뛰어내렸다. 목과 어깨를 돌렸다. 사건을 온전히 회상할 때면 난 약간 멍해진다. 특히 사건을 해결한 지 한참 지난 후엔 더 그렇다.
휴대폰을 들고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안녕, 형사님.”
“안녕, 텐. 어떻게 지내?”
“그냥 그래, 빌. 그러저럭 잘 지내. 데크에 나와 멋진 석양을 즐기고 있어.”
“염장을 지르는군.”
빌 보해넌, 강도/살인 부서의 LAPD 형사다. 그는 나의 전 파트너이자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그와 나는 우리를 죽이려는 폭력배에게 총을 겨누며 남자끼리의 유대를 극한까지 나누는 등, 온갖 난관을 함께 겪어냈다. 최근 그는 사무업무로 전환했다.
나는? 난 직업을 바꿨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 텐. 어젯밤에 골치 아픈 사건이 발생했어. 유명한 할리우드 제작자가 죽었어.”
피부가 따금거리기 시작했다.
“서장님이 너에게 전화해보라더군.”
당연히 그랬겠지.
“피해자 이름은 루돌프야. 마브 루돌프.”
당연히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