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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8515164
· 쪽수 : 421쪽
· 출판일 : 2016-03-20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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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텐? 나 곧 결혼해. 당신이 알고 싶어 할 것 같아서.”
샬롯이 결혼한다고? 다른 누군가와! 뜨거운 질투의 감정이 나를 관통해 지나갔다.
관계를 끝낸 사람이 나였던 걸 고려하면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건 사실 이치에 맞지 않았다.
“텐징, 축하해주지 않을 거야? 적어도 거기에 대해선 나한테 빚진 게 있을 텐데 말이야.”
그랬다. 익숙하기 그지없는 ‘넌 내게 빚졌어’ 카드가 또 등장했다.
달갑지 않은 기억들이 산사태처럼 쏟아져 내렸다. 나는 수없이 많은 방법들로 끊임없이 그녀를 화나게 했고, 그때마다 그녀는 나를 낙담시키는 것으로 되갚아주었다. 우리의 마지막 싸움이 꽃이 피어나듯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중략)
그 싸움 후 우리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다.
전화기 저 끝에서 드라마틱한 마지막 폭발을 준비하며 샬롯의 신랄함이 날카롭게 칼날을 벼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익숙한 긴장이 출구를 찾으며 우리 사이를 감돌았다.
방 안을 이리저리 헤매던 내 두 눈은 저 멀리 벽에 있는 큰 유리창에 가 닿았다. 밖은 어두웠지만 그 어둠 아래에는 넓고 광활하며 조용하지만 쉼 없이 움직이는 바다가 있다. 그 거대함이 저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깊은 심호흡을 했다.
“축하해, 샬롯. 두 사람 모두 행복하길 바라.”
나는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화기를 손에 든 채 그 새로운 정보를 소화하느라 애쓰며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내 속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서로를 실망시키거나 화나게 할 때마다 점점 더 단단해지던 차가운 쇠공이 내 안에서 부드러워지더니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지?
“헤이, 탱크!” 나는 방석 위에 몸을 말고 누워 있는 애묘愛猫를 소리쳐 불렀다.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 ‘고양이를 싫어하는 그녀’가 결혼한대.”
탱크가 꼬리를 잽싸게 한 번 휙 돌렸다. 기뻐하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안도감과 거의 환희에 가까운 기분이 나를 휩쓸고 지나갔다. 이제 나는 영원한 완충지대를 갖게 된 것이다. 이제는 그녀의 삶에서 뭔가 잘못될 때마다 나를 비난하는 대신 다른 누군가를 비난하겠지.
야호!
나는 그날 저녁 내내 의기양양하게 집 안을 걸어 다녔다. 이 멋진 행성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행복했다.
다음 날 나는 총에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