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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론/비평/역사
· ISBN : 9788998573102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1-12-18
목차
-프롤로그: 비판 대 탈비판 논쟁, ‘이론 이후’에 대한 이론의 요청(이경창 지음)
-비판적 건축:문화와 형태 사이 (마이클 헤이스 지음, 조순익 옮김)
-도플러 효과와 모더니즘의 다른 분위기에 관한 기록 (로버트 소몰, 사라 와이팅 지음, 이경창 옮김)
-“비판성”과 그 불만 (조지 베어드 지음, 신건수 옮김)
-이론 이후 (마이클 스픽스 지음, 이경창 옮김)
-건축의 비판적 위치? (힐데 하이넨 지음, 박성용 옮김)
-탈-비판? (할 포스터 지음, 조순익 옮김)
-도판 출처
저자소개
책속에서
프롤로그: 비판 대 탈비판 논쟁, ‘이론 이후’에 대한 이론의 요청 / 이경창 지음
디지털과 인공지능, 유전공학이 불러올 4차 혁명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피엔스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2011)의 저자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는 “앞으로 몇십 년 지나지 않아,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막연한 희망과 막연한 불안이 함께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기술 발달이 과연 모두에게 공평하냐는 물음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혜택을 소수만 독점하게 된다면, 이는 전례없이 강력한 불평등의 장벽을 낳게 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유전공학과 생체공학, 인공지능의 발달을 통해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불평등을 창조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건축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의 등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가까운 미래 건축 실무를 상당히 변화시킬 것이다. CNC 밀링과 파라메트릭 모델링, 3D 프린팅 나아가 인공지능 기반 설계와 로봇을 활용한 건설에 이르기까지 낙관적으로 보면 종이 위에만 머물던 건축가의 상상력이 곧장 실현될 힘을 갖추어간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달리 보면, 이런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것 아니냐는 불안이 상존하는 것이다. 최근 건축계의 논쟁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은 바가 크다. 그로 인해 급변하는 건축 환경은 이제 건축이 무엇이냐는 물음 즉 건축의 학제성을 의문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전까지 건축을 지배해왔던 사고체계는 과연 앞으로 얼마나 효용이 있을까? 건축에서 역사는 고리타분한 것이 되었고 이론과 비평은 그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Alejandro Zaera Polo와 제프리 앤더슨Jeffrey S. Anderson은 최근 한국에서 출판된 저서에서 “우리는 건축의 역사가 더 이상 그리 시의성이 있는 건축지식의 보고가 아니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건축가들은 건축학의 전통적 범주 너머의 더 큰 생태와 기술에 주목해야만 시의적인 건축가로 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라고 썼다. 뒤이어 “건축이나 건축 거장의 역사에 대한 분석이 지구온난화나 빅데이터, 업무 자동화에 비해 문화적으로 시의성이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는 늘 미래를 내다보지 않은 이들에게 관대한 적이 없었다.”라고 말한다. 이보다 더한 역사에 대한 몰이해가 있을까 싶은 이 모호한 구절은 역설적으로 역사의 가치를 자인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하는데, 역사를 여전히 어떤 평가의 준거점으로 거론하기 때문이다. 그의 우려와는 달리 미래에 대한 기획은 항상 건축가의 몫이었으며 어떤 역사가도 이를 의문시한 적은 없었다. 일례로 건축역사가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는 역사와의 단절을 기획했던 아방가르드를 옹호하며 이 기획이야말로 얼마나 역사적 필연성을 지녔는가를 적극 어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