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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8599614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9-10-07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시작하며
제1장
당신의 이웃이에요
젊은 경찰관 H의 슬픔
출근길 지하철에서 초상권 주장하기
남자친구의 행방불명
이 구역의 망할 년은 나야
어느 날 한밤중의 알카에다
법 블레스 유
오늘도 무사히
잠들 수 없는 밤을 함께 지새우며
다정한 사람이 쭉 다정하도록
막내, 아주 칭찬해
제임스 킴, 잘 지내세요?
스위치를 끕니다
경찰관의 삶과 죽음을 함부로 하지 말 것
제2장
바늘 도둑이 소를 훔치겠니
함정수사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한밤중에 산 타는 사람들
C 경감과 나의 연결고리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용서받지 못한 자
뿌린 대로 거두리라
불만 후기를 쓰는 일에 관하여
제3장
학생 L과 함께 나눈 이야기
학교 폭력은 마음의 교통사고
이러저러합니다
그건 좀 아니잖아요
어떻게 전해야 하나
대체 왜들 그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나 같은 사람하고 싸울 게 아니에요
부장님의 직업병
땅콩캐러멜의 행방
칼춤을 추리라
제4장
제가 어쩌다 경찰이 되었냐면요
납량 특집: 아홉 번째 동기
이 구역의 백수건달은 나야
친구들은 나를 이름으로 부르지
만남과 이별은 반복되겠지요
화장실 변기에 앉아
W 오빠에게
거짓말 권하는 사회
내 감동 돌려줘
다모실 기담
바로 내가 경찰관, 진짜 경찰관
경찰관의 드레스 코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송별사 샘플
닭볶음탕, 한 번 먹어 보겠습니다
금요일 밤이라 센치해서 이러는 건 아니고요
가는 곳마다 힘내고 파이팅
마치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술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에 눈곱만큼도 동정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취해 있던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란. 형법 제10조 '심신장애인'을 해석할 때 술에 만취한 자, 가벼운 명정(술에 취한) 상태인 자도 포함하여 형벌을 감경(면)시켜 주는 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법의 힘은 언제 발휘되어야 하는가. 법이 정말로 지켜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장마철이지만 복도에는 비 오는 날 특유의 쿰쿰함과는 확연히 다른 역한 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고시원 총무는 주저주저하다가 "이거 시체 썩는 냄새 맞죠?" 하고 물었다. 나와 사수는 대답 없이 그에게서 마스터키를 건네받아 방문을 열었다.
좁은 곳에 갇혀 있던 냄새가 쏟아져 나왔다. 마주 보이는 옷장에 기대어 검은 물체가 허물어져 있었다. 손잡이에 끈을 묶어 목을 맨 사체였다. 보일러가 켜져 있어서 방바닥이 절절 끓었다. 소주를 사들고 가던 변사자의 마지막 모습이 촬영된 CCTV 영상은 불과 닷새 전의 것이었지만, 철 지난 난방 탓에 사체는 심하게 부패해 있었다. 뒤에서 헛구역질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시원 총무는 어딘가로 달려가더니 빨랫줄과 담요를 가지고 왔다. "이걸로 냄새를 좀 막을 수 있을까요?" 그가 어떤 대답을 기대하는지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사수는 "그렇겠죠?" 하고 대답했지만, 눈으로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소용없어요.'
나는 구더기가 일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문을 도로 닫았다. 과학수사팀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총무가 방으로 향하는 통로에 빨랫줄을 달고 담요를 걸었다.
사소하고 미묘한 것에서부터 격렬하고 비통한 것까지, 온갖 일들을 오래도록 다루려면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만 마치겠습니다." 하는 스위치가 필요한 듯싶다.
"경찰은 '제복 입은 시민'이라지만 퇴근하고 나면 모든 책임과 의무를 면하는 보통의 시민이 되도록 해 주세요. 오늘 일은 오늘 근무하는 사람들이 잘 해내지 않겠습니까. 어중간하게 켜 두면 오래 못 가서 퓨즈가 나가 버릴 테니까, 스위치 끌게요. 부디 찾지 말고 묻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