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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8853211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5-09-05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 4
경춘선, 겨울강 / 13
오페라 하우스 / 17
호투잠자리 / 21
죽음의 무도 / 27
이문구의 <일락서산>을 읽고 / 31
명동을 그리워하며 / 35
안락사 / 39
스톡튼 샌듄에서 만난 아라비아 로렌스 / 45
장인어른의 마지막 선물 / 49
침묵의 집 / 55
시드니에 내리는 황사 / 59
바흐를 들으면서 / 63
한여름 밤 친구에게 쓰는 편지 / 67
무너지는 것들 속에서 / 71
탈리오의 법칙 / 77
코기토 에르고 섬 / 83
팜비치에서의 하루 / 89
여자의 향기 / 95
몸의 소리 / 99
기억나는 순간들 / 105
감기야, 고맙다 / 109
봄을 기다리면서 / 115
여인의 방 / 119
사치코 아베 / 123
여름, 그 욕망의 계절 / 127
모나리자 / 131
아를르의 여인 / 137
유레카 / 143
내 마음속에 흐르는 강 / 149
문화극장 / 153
기다림이 끝나는 길목에서 / 159
변신 / 165
인도로 간 여자 / 169
바이올린 / 183
겨북당 / 189
욕망이란 이름의 토마토 / 193
리트머스 시험지 / 197
위대한 로맨티스트, 개츠비 / 209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마도 몇 년 전 혹은 불과 몇 달 전부터 시작되었으리라. 무엇이라 꼭 집어지지는 않지만 내 속에서 무엇인가가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 아쉬움이랄까 안타까움이랄까 그런 정서가 동반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무너짐 속에는 놀랍게도 평온함이 있었다. 오랫동안 입었던 옷을 비닐봉지에 넣어 구세군 수거함에 넣을 때, 또는 십여 년 이상을 집에서 기르던 애완견이 나이 먹어 감각기관이 하나 둘 문을 닫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때 느껴지는 그런 차분한 기분 말이다.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것 하나 그 존재의 순간부터 무너지지 않는 것이 있기나 할까? 무너짐이 모든 존재 방식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면 무너지는 것들 앞에서 공연히 수선을 떨기보다는 태연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런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의 어머니, 나의 외할머니, 나의 이모들과 형제들 그리고 나의 친구들도 한결같이 무엇인가를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기다리면서 살기 때문이다.
기다림에는 작은 기다림이 있고 큰 기다림도 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버스와 전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약속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하나의 기다림이 끝나면 또 다른 기다림이 시작된다. 기다리는 대상은 증권이나 부동산 값이 오르는 것일 수도, 흑인 출신 후보자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거나, 장기 집권하고 있는 독재자의 사망일 수도 있다. 개인도 기다리지만 집ㅤㄷㅏㄵ도 기다린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아예 메시아를 대망하는 것으로 일관하지 않았는가. 아니 어쩌면 인류 역사 자체가 기다림의 역사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