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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8891015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14-02-25
책 소개
목차
제1권
뒤바뀐 아이 / 보이지 않는 힘
운명의 도시 / 비밀스런 움직임
이벽 / 한밤의 통곡소리
남겨진 단서 / 숨겨진 의미
제2권
서록을 찾아서 / 드러나는 진실
역공 / 끝나지 않은 시련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 천진암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 / 가슴에 새긴 소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흐흐흐…. 이것들 좀 보게. 버력이 무섭지도 않나, 첩년 자식을 상전 자식과 바꿔치기해? 화영이 고년이 보통내기는 아닌 줄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진짜 무서운 년일세. 하늘이 무심하기만 한 건 아니었어. 도망가서 어찌 사나 한 걱정이었는데 공연한 걱정이었구먼…. 잘하면 한밑천 두둑이 챙길 수 있겠어. 흐흐흐….” 아기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는 화영의 처소를 바라보며 막쇠는 비열하게 웃었다. 나무문에 눌린 자국이 선명한 이마의 붉은 점이 막쇠의 음흉한 속내를 말해주듯 흉물스럽게 꿈틀댔다. (1권 47쪽)
진주 유씨 소재공파의 후손이자 남인 계열인 항검의 집안은 5대 조부인 유시모가 종9품 무관직 지낸 것을 끝으로 더 이상 벼슬에 오른 사내가 나오질 않고 있었다. 그렇다 하여 결코 한미한 가문은 아니었다. 조선의 이름난 국문학자인 고산 윤선도의 피가 항검의 본가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과 더불어 조선의 삼재三齋라 불리던 공재 윤두서는 윤선도의 증손이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외가 쪽으로는 세자시강원을 역임한 양촌의 권근과 권시를 선계로 둔 명문거족이었고, 선조들은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대선비들이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항검의 선조들 역시 여러 대에 걸쳐 벼슬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주부의 토호들과 유향소의 향족들은 대놓고 항검의 집안을 괄시했다. 관직에 오른 이 하나 없는, 별 볼일 없는 양반계급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대로 초남리를 세거지로 삼은 원향原鄕들의 핍박은 더욱 심했다. 그들은 항검의 선조들이 경기도와 충청도를 거쳐 초남리에 입성한 신향新鄕이라는 이유를 들며 부친인 유동근을 향안鄕案에 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1권 95쪽)
점례와 완숙은 달빛이 살얼음처럼 깔린 밤길을 천천히 걸었다. 벅찬 기쁨과 난생처음 맛보는 희열이 마음속에 차올라 소용돌이쳤다. 망가진 옹기그릇의 값을 무엇으로 셈해야 할지, 저자로 나가 국밥을 팔 수 없게 되었으니 당장 내일부터 어떤 일로 새로운 밥벌이를 시작할지 궁리를 해야 하건만 팍팍한 현실도 어쩐지 무겁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 엄마는 아는 분이야?” 점례의 손을 잡고 콧노래를 부르며 가볍게 발을 놀리던 완숙이 문득 점례에게 물었다. “알다니? 누굴?” “천주라는 분 말이야.” “천주? 아, 아까 예원 나리께서 말씀하셨던 그분?” “응.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말을 하셨다잖아. 그렇게 훌륭한 말씀을 하신 분이 계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야. 엄마는 알고 있었어?” “아니. 엄마도 처음 듣는 이름이란다.” 우주만물을 창조한 전지전능하신 분이며, 인간을 지으시어 이 땅에 살게 해주신 인류의 아버지시며, 인간을 선악으로만 구분하되 죄 지은 인간까지도 사랑으로 보듬으시고 구원해주시는 하늘의 임금님. 서역에서 비롯된 천주교의 하느님이 바로 천주라는 사실을 알 리 없는 두 사람이었다. (1권 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