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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98934200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4-10-20
책 소개
목차
제1부 | 제2부
옮긴이의 글
알베르 카뮈 연보
책속에서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양로원에서 온 전보를 받았다. ‘모친 사망. 장례는 내일 치를 예정임. 삼가 조의를 표함.’ 이것만 가지고는 알 수가 없다. 아마 어제였나 보다.
그다음은 모든 일이 순식간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유일하게 생각나는 일은, 마을 입구에서 담당 간호사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곱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가 기묘했다. 그녀는 내게 말했다. “너무 천천히 가면 일사병에 걸릴 위험이 있어요. 하지만 너무 빨리 가면 땀이 나서 성당에 들어갔을 때 오한이 날 수 있죠.” 간호사의 말이 옳았다. 해결책은 없었다.
멀리 건물 입구에서 살라마노 영감의 모습을 알아보았다. 그는 허둥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는 개와 함께 있지 않았다. 노인은 사방을 둘러보며 이리저리 빙빙 돌고 어두운 복도를 들여다보려 애쓰면서 두서없이 중얼거리더니 빨갛게 충혈된 작은 눈으로 다시 거리를 살피기 시작했다. 레몽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때 영감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혼잣말로 “더러운 놈, 냄새나는 놈”이라고 중얼거리는 걸 어렴풋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계속 초조하게 왔다 갔다 했다. 개가 어디에 있느냐고 내가 묻자 노인은 나한테 느닷없이, 개가 도망가버렸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