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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04910722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2. 아흔아홉 귀신이 꿈꾼 명혼식(冥婚式)
3. 치명적 영(靈)빨
4. 수형자의 전생
5. 내가 네 주인이다
6. 백호살 퇴치법
7. 후원회의 두 거물
8. 연(緣)의 청혼
9. 사랑이냐 어머니냐
10. 꼭두각시 본부장
11. 오디션실의 원귀
12. 내 자리 넘보지 마
13. 위험한 동티
14. 돌직구 공수
15. 거침없는 도전
저자소개
책속에서
“집안 문은 다 닫고 대문을 활짝 여세요. 그리고 하천 물에 띄울 만한 것 좀 찾아오고요.”
미류는 부적 한 장을 현관문 위에 붙였다. 귀신 퇴치부였다. 그런 다음 살곶이 다리로 뛰었다. 시계를 보았다. 자정은 고작 6분을 남겨두고 있었다.
‘미류… 침착해라… 침착해…….’
다리가 보이자 마음을 달랬다. 서둘러서 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류는 그 자리에 멈췄다. 그런 다음 두 보좌관에게 당부를 내렸다.
“다리 양편에서 오가는 사람을 막아주세요. 내가 신호할 때까지 누구도 다리를 밟게 해서는 안 됩니다.”
미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보좌관들이 다리 끝을 향해 뛰었다.
자정 2분전!
미류는 다리 아래로 뛰어내렸다. 물은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야밤의 하천. 밤의 힘을 머금은 음기가 태산처럼 일어났다. 까딱하면 미류도 무너질 판이었다.
쩔겅!
신방울을 울린 미류, 다리에 힘을 주고 의원 딸과 박민규의 사주를 꺼냈다.
사진도 꺼냈다. 그걸 속옷을 넣은 종이 상자 아래에 찔러 넣었다. 그릇 한가운데 촛불을 밝히고 속옷에 불을 댕겼다.
‘됐어.’
준비를 마친 미류가 하천을 바라보았다. 심연처럼 펼쳐진 하천은 기괴함마저 자아내고 있었다. 미류는 그 중심을 향해 벽력같은 공수를 뿜었다.
“박민규!”
외침과 함께 MP3를 틀었다. 노래가 나왔다. 나인티나인이었다.
“이리 오거라. 명혼식을 원한다면서?”
공수와 함께 잡고 있던 것을 놓았다. 불길이 살랑이며 둘의 사진과 사주, 속옷이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우우우!
물결을 따라 기묘한 울음이 들려왔다. 영가들이 다가왔다. 박민규와 아흔다섯 영가의 등장이었다. 미류의 모든 털은 이내 바늘처럼 곤두서 버렸다.
―염재은!
―여자가 왔어!
―명혼식이야!
외침이 다가왔다. 영가들이 바람처럼 다가왔다. 미류는 보았다. 저만치 멀어지는 두 사람의 사주를 실은 배. 그 배를 따라 떠내려가는 수많은 영가들. 그 꼬리를 물고 의원 집에서도 딸의 비명이 천둥처럼 터져 나왔다.
“으아악!”
“까아악!”
산 자의 비명과 죽은 자들의 합창. 두 개의 세계가 동시에 미류 귀 안에서 섞였다.
“천지정명 예기분산… 팔방위신 사아자연…….”
미류는 자정의 하천에 서서 옥추경을 외웠다. 낡고 늙은 영가들의 흔적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외웠다. 그리고… 마침내 영가들의 흔적이 더는 느껴지지 않을 때 두 개의 새파란 영가가 새로 감지되었다.
‘맙소사!’
초저녁에 죽은 모녀의 영이었다. 예상대로 박민규의 혼령이 둘까지 부른 모양이었다. 그 둘을 합치면 99영가. 나인티나인.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후우!’
가슴팍에 걸린 한숨이 밀려 나왔다. 저택의 비명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 4권 본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