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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무화과](/img_thumb2/9791127253509.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27253509
· 쪽수 : 229쪽
· 출판일 : 2018-11-27
목차
들어가며 - 6
작가소개 - 8
무표정 - 12
賈 綵 園 - 34
23일간 그린 나의 스물 셋 - 64
시간과 자연과 나 그리고 세포 - 86
외줄타기: 본능과 과도(過度) 사이 - 104
가난한 심장으로 써내려간 - 128
토마토 이야기 - 144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에 살고있나요? - 164
안에 아무도 안 계세요? - 186
영원성 - 212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만 요즘은 ‘이왕이면’이 아니라 일단 ‘다홍치마’여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좇다 보니 내면적 요소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투박한 무화과의 생김새 때문에 무화과를 먹어본 적이 없다면 이에 해당하리라.
색색이 겉으로 스스로의 달콤함을 표현하는 과일들과는 달리, 무화과는 그 투박한 생김새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모양부터 울퉁불퉁하여 매끈한 구 형태와는 거리가 멀고, 연한 초록색에 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검붉은 색이 거무튀튀한 채도로 간간히 덮여있고 피부에 앉은 딱지처럼 까만 점이 나 있는 모습이 말끔해 보이지는 않아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한 외적 형태를 보상하듯 그것을 반으로 갈라 숟가락으로 떠서 한입을 먹는다면 꽤 달콤한 맛을 선사하는데, 마치 잼처럼 진하다. 느끼할 수도 있는 단맛을 상큼한 향과 채소 풋내로 잡아주어 쉽게 물리지 않는 맛을 낸다.
꽃이 피지 않는다고 알려진 무화과는 사실 꽃이 안 피는 것이 아니라 무화과 그 자체가 꽃이다. 우리는 열매가 아니라 꽃을 먹는 셈이다. 스스로가 꽃임을 증명하듯, 반이 갈린 무화과는 실제로 그 씨앗으로 꽃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흔히 그러하듯이, 꽃이라는 단어가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를 품을 때 꽃을 안으로 피우는 무화과야말로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개체가 아닐까.
우리의 이야기는 화려하지 않다. 글을 처음 써보는 사람들의 작품은 그렇다. 표현에는 디테일이 부족할 수도, 플롯에 조금은 빈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음미한다면 신인 작가들만이 가질 수 있는 솔직하고 진한 메시지, 기존 형식을 탈피한 과감성과 플롯의 전형성을 넘어서는 창의적 스토리가 달콤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제 표지를 열어 무화과를 반으로 갈았으니 그 꽃의 맛을 음미해 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