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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28856488
· 쪽수 : 772쪽
· 출판일 : 2021-03-28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리뷰
책속에서
1.
그들의 도시를 자랑스러워하는 젊은 대공들은 라헬에게 톨레도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신이 태양을 만든 네 번째 창조의 날에 태양을 바로 톨레도 위에 두어, 이 도시가 지구의 다른 어떤 곳보다도 더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톨레도가 태곳적 도시라는 증거는 많았다. 이 도시는 맨 먼저 카르타고가 지배했고, 그 후 600년간 로마인들이, 300년간 고트족 기독교인들이, 그리고 400년간 아랍인들이 다스렸다. 이제 100년 전부터, 영광스러운 알폰소 황제 이후 다시 기독교인들이 지배했고, 그들은 최후 심판의 날까지 이곳에서 살아갈 것이다.
2.
그런데 지금 이 왕이 나타났다. 그녀는 붉은 금빛 수염 한가운데 면도를 해 드러난 그의 입술을 보았고, 그의 밝고 거친 두 눈을 보았다. 그녀는 그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크지는 않았지만 귀와 가슴에 울려 퍼지는 소리였다. 내 뜻이오! 그녀는 겁이 없었지만, 그의 음성은 그녀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두려움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음성은 사람의 폐부를 관통했다. 그는 명령을 했는데, 그건 그 나름대로의 숙녀에 대한 예의였다. 명령은 부드럽거나 고상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남자다웠고 결코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이제 그는 그녀에게 ‘나를 사랑하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심장의 한가운데까지 충격을 받았다.
3.
“내가 왔소. 보기 흉한 모습에 악취를 풍기며. 난 전쟁과 패배의 악취를 풍기고 있소. 내게서 기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소. 도냐 레오노르, 나의 왕비, 내 사랑, 당신도 귀부인답게 행동하지 않은 것 같소.” 그러고는 갑자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내 인생을 망가뜨렸소. 당신은 저주받을 인간이오! 당신은 내게 아들을 낳아 주지 못했소. 당신이 낳은 아들은 병들었고, 이미 당신의 몸 안에서 죽음의 징후가 나타났소. 그런데 내가 사랑한 여인이 아들을 낳자, 당신은 그녀를 살해했소. 현명하고 충실한 조언자였던 당신 아버지는 좀 더 때가 오기를 기다려 참전하라고 나를 설득하셨소. 그러나 당신은 자꾸만 나를 부추겼소. 당신은 내게 부끄러운 줄 알라며 소리 질렀고, 계속 비웃으며 나를 전쟁으로 몰아댔소. 그러고선 평소 수다쟁이였던 당신은 내 멍청한 계획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고, 결국 패전에 이르게 했소. 그 모든 것이, 신이 내게 보내 준 나의 사랑하는 여인을 살해하기 위해서였소. 당신은 나와 나의 카스티야를 파멸에 이르게 했소. 당신은 지금 우아하고 기품 있는 모습으로 서 있지만, 내면은 모든 것이 사악하고 뒤틀려 있소. 당신은 당신의 어머니처럼 악의와 간계로 철철 넘치는 악마 같은 존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