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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28858147
· 쪽수 : 24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나오는 사람들
주의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해설
지은이에 대해
루이지 피란델로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연출가 : (화가 나 벌떡 일어서며) “우습다고! 우습다고!” 낸들 어쩌란 말야? 프랑스에서 우리한테 좀 더 좋은 희극이 안 들어오니까 부득이하게 피란델로 극을 무대에 올리게 된 걸. 이 사람 작품을 이해하면 정말 똑똑한 거야, 배우도 비평가도 관객도 아무도 만족 못하게 작품을 일부러 이렇게 썼어! (배우들이 웃는다. 그는 일어나 남자 주연에게 가서 소리를 지른다.) 그러니까 이봐, 요리사 모자를 쓰라고! 그리고 달걀을 휘저어! 당신은 달걀을 그렇게 휘저으면서, 그러고 나면 손에 뭐 남는 게 있을 거란 생각 안 드나? 들 리가 없겠지! 당신은 당신이 휘젓는 그 달걀 껍질을 표현해야 하는 거야! (배우들, 다시 웃음을 터트리고 서로 조롱조로 한마디씩 하기 시작한다.) 조용! 내가 설명을 할 땐 들어요! (남자 주연에게 다시 돌아서서) 그러니까, 이봐요, 달걀 껍질은 이성의 빈 형식이야, 눈먼 본능이라는 내용물이 들어 있지 않다고. 여기 당신들한테 주어진 역할들의 놀이에서 당신은 이성이고 당신 부인은 본능이야. 맡은 역할들의 놀이에서 당신 역할을 연기하는 동안, 당신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꼭두각시가 되어야 하는 거라고. 이해하겠나?
연출가 : (다시 화가 나서) 나 지금 연습 중이잖소! 연습 중에는 아무도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는 거 잘 알잖아! (객석 구석 쪽으로 몸을 돌리며) 댁들은 누구요? 무슨 일이오?
아버지 : (앞으로 나오고, 다른 사람들도 뒤를 따른다. 두 계단 중 한 군데까지 와서) 우리는 작가를 찾으러 여기에 왔습니다.
연출가 : (어처구니없고 화가 나서) 작가? 무슨 작가?
아버지 : 누구든 작가요, 선생.
연출가 : 여긴 작가라고는 없소. 그래서 우리가 새 연극을 연습 못하고 있잖소.
의붓딸: (쾌활하고 생기 있게, 계단을 매우 급하게 오르며) 더 잘됐네요, 더 잘됐어. 그럼, 선생님! 우리가 여러분의 새 연극이 될 수 있겠네요.
아버지 : 바로 여기서 모든 불행한 일들이 생겨요, 말들 속에서! 우린 모두가 자기 내부에 온갖 사물들에 대한 세계를 가지고 있어요. 각자 자기 나름의 세계를요!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우릴 서로 이해할 수 있겠어요. 선생, 내가 하는 말 속에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의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다면, 한편 듣는 사람 쪽에선 불가피하게 자기 안에 지니고 있는 세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로 그 말들을 받아들일 텐데 말이죠? 우린 서로를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봐요, 내 연민이, 이 여자에 대한 (어머니를 가리킨다) 나의 연민이 이 사람 쪽에서 볼 때는 잔인한 짓 중에도 가장 고약한 짓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