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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28859328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1-12-28
책 소개
목차
어떻게 <발코니>를 공연할 것인가
나오는 사람들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끝
책속에서
주교 : (여인에게) 정말 그런 죄를 범했던 거냐?
여인 : 네.
주교 : 정말로 그런 소행을 저질렀단 말이야? 그 모든 소행을?
여인 : 네.
주교 : 그 얼굴을 쳐들고 나한테 다가왔을 때, 그리 환히 빛나던 것도 욕정의 불꽃 때문이었던 거고?
여인 : 네.
주교 : 그럼 네 죄를 사하기 위해 반지 낀 내 손이 네 이마에 가 닿았을 때도.
여인 : 네.
주교 : 내 눈길이 너의 아름다운 시선에 머물렀을 때도?
여인 : 네.
이르마 : 저 애의 어여쁜 눈길 속에 회개의 빛이 보이지 않던가요, 주교님?
주교 : (일어서며) 얼핏 보였던 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어떻게 회개의 빛을 찾을 수 있었겠소? 죄를 탐하는 욕망으로 이글거리는데. 악이 넘쳐흘러 순식간에 그녀에게 세례를 퍼붓고 있더군. 커다란 눈망울은 나락을 향해 열려 있고… 죽음의 창백한 그림자가, 그렇소, 이르마 부인, 창백해지다 못해 얼굴은 생기 넘치도록 빛나고 있었소. 그렇더라도 우리의 신성함은 네 죄를 사하여 주는 데 있느니라. 설령 그것이 꾸며 낸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여인 : (갑자기 교태를 부리며) 만약 제 죄가 사실이라면요?
주교 : (덜 연극적인 다른 말투로) 제정신이야! 설마 네가 이 모든 걸 실제로 저지른 건 아니겠지.
이르마 : (주교에게) 저 애 말은 듣지 마세요. 죄악에 대해서라면 염려 놓으셔도 돼요. 여기선 어떤 죄악도…
이르마 : 변두리 일꾼들 동네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우리 업소로 흘러드는 남자들도 늘게 될 거야…
카르멘 : 남자들이라고요?
이르마 :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그런 치들도 있다는 거지. 거울과 샹들리에라면 사족을 못쓰는 인간들 말이야. 언제나 똑같은 사람들이지. 하긴 뭐 여자보다는 영웅 되는 걸 선택하는 치들도 있긴 하다만.
카르멘 : (씁쓸하게) 여자요?
이르마 : 여자가 아니면 너희를 뭐라고 불러 줄까, 우리 애들이라고 해 줄까, 우리 빈껍데기 자궁들이라고 해 줄까? 어쨌거나 너희가 없으면… 그자들도 씨 뿌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겠어?
카르멘 : (그녀는 감탄하면서 동시에 아첨하는 태도로) 부인한텐 부인만의 축제가 있잖아요.
이르마 :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연극 놀이 때문에 내가 얼마나 서글프고 우울한지 아니! 그나마 나한테 보석들이 있으니 망정이지. 특히나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는 말이야. (몽상에 잠긴 듯) 그래, 나한테 나만의 축제가 있듯이… 너한테도 마음속에 향연이 있잖니…
-72-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