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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불가코프 중단편집](/img_thumb2/9791128865077.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91128865077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22-03-28
책 소개
목차
3일 밤에
제가 죽였습니다
중국인 이야기
칸의 불꽃
심령술 모임
모스크바의 벽−전초기지에서
찬송가
채권 06조 0660243번−실제 사건
말하는 개
개의 삶
이집트 미라−노조원의 이야기
망자의 모험
소맷동에 쓴 수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거인같이 거대한, 구릿빛 도는 붉은 피부의 사관생도가 총검을 획 쳐들고 되놈의 목을 내리쳤다. 그의 목뼈가 단번에 부러졌다. 금빛 시곗바늘 달린 검은 시계탑의 청동 종이 한동안 요란하게 울리며 선율을 연주하니 되놈 주변에 크리스털 홀이 번쩍였다. 그 어떠한 고통도 되놈의 몸속으로 파고들 수 없다. 고통 없이 평안해진 되놈은 얼굴에 얼어붙어 버린 미소만 띠고 있을 뿐, 사관생도가 총칼로 자신을 찌르는 소리는 그에게 들리지 않았다.
−<중국인 이야기> 중에서
원뿔형 빛줄기 없음. 운모 케이스에 서린 검은 안개. 오랫동안 입을 다문 찻주전자.
전등의 불빛이 진귀한 새틴 천 조각 사이로 천 개의 작은 눈동자처럼 보인다.
“손가락이 아름답군요. 피아니스트 같아요….”
“페테르부르크로 가서 다시 연주할 거예요….”
“못 가실 겁니다. 슬랍카 목에는 당신처럼 구불구불한 머리칼이 있어요. 제 마음속에는 우울함이 있죠, 아시겠지만. 지루하네요, 너무나도.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제 주변엔 단추, 단추들, 단….”
“저한테 키스하지 마세요…. 키스하지 마시라고요…. 가 봐야겠어요. 늦었네요….”
“당신은 못 가실 겁니다. 저기 가서 우시겠죠. 그런 습관이 있으시니까.”
“아니에요. 전 안 울어요. 누가 그런 말을 해 주던가요?”
“제 스스로 알게 된 거예요. 제 눈에 다 보이는걸요. 당신은 우실 거고, 그럼 저는 우울해지죠…. 우울….”
“제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당신은 또 뭘 하고 있는 건지….”
원뿔형 빛줄기 없음. 진귀한 새틴 천 조각 사이로 빛나지 않는 전등. 안개. 안개.
―<찬송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