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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28869266
· 쪽수 : 104쪽
책 소개
목차
나오는 사람들
1. 떠도는 그림자들
2. 알쏭달쏭한 바리케이드
3. 전쟁하는 소리(또는 커플 전쟁)
4. 고독한 사람
5. 은밀한 질투
6. 자살하려는 사람
7. 환심을 사려는 사람
8. 비극적 드라마
9. 피날레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그 : 이곳에서는 사랑이 식지 않을 거야.
그녀 : 어떻게 확신해?
그 : 규칙을 세우면 돼.
그녀 : 규칙?
그 : 응. 사랑이 식지 않는 규칙. 함께 살다 보면 사랑이 식을 수 있지만, 너와 나의 공간, 두 영토의 경계를 분명하게 설정하면 돼. 그래. 규칙을 세우는 거야. 그러면 모든 게 잘될 거야.
그녀 : 어떤 규칙?
그 : 첫째. 우리는 같은 방에서 자지 않을 거야. 함께 자면 각자 잠 속에 빠지게 되고 상대에게 어울리지 않게 되니까…
그녀 : 잠을 같이 안 잔다고?
그 : 음. 안 그러면 어느 날 감기에 걸린 네가 코를 골겠지. 그럴 수 있어. 그러면 나는 한밤중에 조용히 너를 싫어하기 시작할 거야. 맞아. 어느 날 네가 코를 골든지 내가 코를 골 테고, 그러면 나는 너의, 너는 나의 진정한 본성을 알게 되는 거지. 우리의 돼지 본성을.
타인 : (비웃는 걸 감추려고 하면서) 친구가 없으세요?
그 : 네.
타인 : 한 명도 없어요?
그 : 모두 떠났어요.
타인 : 어디로요?
그 : 어디로 떠난 게 아니고 그냥 사라졌어요.
타인 : 사라졌다? 어떻게요?
그 : 곁에 있었는데 어느 날 없어졌어요. 아주 단순한 거죠.
타인 : 사라져 버렸어요?
그 : 갑자기 사라진 건 아니에요. 아니죠. 천천히 일어난 일이에요. 제 말을 이해하는지 모르겠지만, 알지 못하는 사이에 슬며시 일어났어요. 점차적으로 생긴 일이에요. 처음에는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전화도 뜸해지다가 각자 충분한 이유가 있었죠. 인생이라는… 그러다가 서로 말하지 않게 됐어요. 연락하지 않게 됐죠. 그리고 매우 상투적으로 변했고. 더 이상 넘치는 열정도 없고.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고. 그래요. 사실 천천히 일어난 일이에요. 고독이 갖고 있는 지독한 사악함이라고나 할까요. 고독에 완전히 사로잡히는 순간 비로소 고독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