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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91128892936
· 쪽수 : 498쪽
· 출판일 : 2024-02-28
책 소개
목차
샹파뉴 지방의 백악 참호에서
바장쿠르에서 아통샤텔까지
레제파르주
두시와 몽시
일상의 진지 전투에 대해서
솜 전투의 서막
기예몽
생피에르바스트
솜으로부터의 후퇴
프레누아 마을에서
인도 출신 영국군을 대적하며
랑게마르크
레니에빌
다시 플랑드르에서
캉브레에서의 전투들
코죌천에서
대전투
영국군의 진격
나의 마지막 공격
끝까지 버티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전투 행위가 나에게는 다른 별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이상하고도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사실 두렵지는 않았다. 적이 나를 보지 못한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어, 누가 나를 표적으로 삼고 있고 그래서 내가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동료들이 있는 쪽으로 돌아간 나는 태연자약하게 전방을 주시했다. 그것은 무식한 자의 용기였다.
전장에 충만한 엄청난 파괴의 의지가 우리의 뇌에 응집되었다가 붉은 안개 속으로 발산되었다. 우리는 어쩔 줄 몰라 흐느끼기도 하고 더듬거리기도 하면서 말을 주고받았다. 이런 우리를 지켜보는 구경꾼이 있었더라면 우리가 행복에 겨워서 그런다고 생각했겠다.
내가 나타나자 그 사람은 움찔하며 크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얼굴을 권총으로 가린 채 살의를 품고 천천히 다가갔다. 우리 만남은 증인 없는 피의 축제가 될 것 같았다. 드디어 적을 목전에 두게 되니 소원을 성취하게 되리라. 두려움에 마비된 그 사람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들이대고, 다른 한 손으로는 훈장과 계급장이 달린 그의 군복을 움켜쥐었다. 그는 아마 이 지대의 지휘를 맡은 장교였을 것이다. 탄식하는 소리를 내며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는데, 내 얼굴 앞으로 내민 그것은 권총이 아니라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그는 어느 테라스 위에서 여러 명의 식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