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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일본 명단편선 7](/img_thumb2/9791128856648.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28856648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1-07-28
책 소개
목차
국화-먹거리로서의(菊-食物としての) ― 고다 로한 / 신영언
섣달 그믐날(大つごもり) ― 히구치 이치요 / 김용안
새의 화신(化鳥) ― 이즈미 교카 / 최재철
풍경화가 코로(風景画家コロオ) ― 도쿠토미 로카 / 김난희
사생첩(寫生帖) ― 도쿠토미 로카 / 김태영
황혼(黄昏) ― 시마자키 도손 / 권정희
스미다 강물(大川の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김정숙
마쓰에 인상기(松江印象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김정숙
봄은 마차를 타고(春は馬車に乗って) ― 요코미쓰 리이치 / 오현진
아, 가을(ア、 秋) ― 다자이 오사무 / 최재철
봄이 되어(春になつて) ― 다카무라 고타로 / 김정신
저자소개
책속에서
국화의 계절이 되었다. 그 산뜻한 향기와 조신하고 귀여운 꽃송이의 모습, 가지의 멋스런 모양새, 잎사귀의 빛깔, 어느 것 하나 은연중에 보는 이의 마음을 아름다운 세계로 불러들이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국화의 범주에 속하는 어떤 꽃은 속된 취향으로 유별나게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것도 더러 있기는 하다. 특히 요즘 널리 퍼져 상품화된, 그럴싸한 이름이 붙은 꽃을 마치 조화처럼 둥글게 묶어 비단 주머니에 넣어 만든 축하용 장식품은 유럽에서 다시 일본으로 되돌아온 유행으로, 그다지 좋은 느낌이 들진 않는다. 여러 해 전부터 이 달리아 향이 나는 국화는 어쨌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 깊고 진한 향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꽃잎의 겉면과 뒷면이 각기 다른 다홍색인 가장 세련된 두 가지 빛깔을 띤 전통적인 국화가 본래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는 조금 다른 방면으로 발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또한 나이든 사람의 감성일지 모르겠다.
-고다 로한, <국화-먹거리로서의>
갑자기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아, 하는 외침이 귓가에 들렸을 때 ‘그’의 몸은 이미 절벽에 걸려 있었다. 미끄러져 떨어졌고, 바닥으로 떨어지려 할 때 ‘그’는 한 줄기 억새풀을 움켜쥐었다. 손은 억새풀을 쥐었고 몸은 공중에 걸려 있었다.
“자네!”
그 1초 동안, 새파랗게 질린 그의 얼굴에는 공포와 실망, 애원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 1초 동안, 절벽에 선 내 마음속에는 과거와 미래, 복수와 동정심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일어나 서로 싸웠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고 섰다.
“자네!”
애원하는 그가 움켜쥔 억새풀이 소리를 내며 뿌리째 뽑히려고 한다.
-도쿠토미 로카, <사생첩>
“드디어 봄이 왔어.”
“아, 예쁘네요.” 아내가 말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고 여위어 애처로운 손을 꽃을 향해 뻗었다.
“정말 예쁘지?”
“어디에서 왔을까요?”
“이 꽃은 마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 봄을 알리면서 와 주었어.”
아내는 그에게 꽃다발을 받아 양손으로 가슴 가득히 안아 쥐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밝은 꽃다발 속으로 창백해진 얼굴을 묻고 황홀하게 눈을 감았다.
-요코미쓰 리이치, <봄은 마차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