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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462165
· 쪽수 : 170쪽
· 출판일 : 2015-04-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저녁의 노래
겨울 북천
가을날에
허공의 길
구성폭포(九聲瀑布)
누명
호박
내 애인은 왼손잡이
만경평야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며
마음은 천 리
사이
남쪽에 내리는 비
소리를 보다
영지(影池)
무영탑
희망 사진관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연가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비수
처음 사랑을 느꼈다
중력을 이기는 법
잃어버린 우산
주목(朱木)
한 줌의 도덕
눈길
시인들·1
풍란
춘신(春信)
꽃과 가시
끝나지 않은 시간
헌사(獻辭)
비둘기는 그 어디에 숨어 새끼를 치는가
이유는 없다
사직 공원의 비둘기 떼
첫눈을 맞으며
가족도(家族圖)
바다로 가는 길
밤비
임동확은
저자소개
책속에서
희망 사진관
-아직 -아님으로서 아님은 생성된 존재를 가로질러 간다(에른스트 블로흐)
단지 그렇게 기억되고 있을 뿐
결국 방향이 없는, 그리하여 종말이 없는, 단 한 번도 인화되지 않는 게 추억일까
어느 정지된 순간에 대한 덧없는 집착이 희망의 정체였을까
서울 출장길 늦은 귀가의 택시 속에서 만난 신안동 고갯길
희망 사진관의 입간판이 낯설다; 아니, 정확히 말해
희망이란 낱말이 왠지 낡고 생소한 느낌이다
그런데도 길거리로 향한 형광 불빛 속에 드러난 사진의 얼굴들은
어찌하여 모두들 오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어찌하여 그 많은 잊고 싶은 것들 속에서도
저처럼 끄떡없이 변치 않은 열망들로 살아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제 죽도록 미워할 사람도
사랑할 사람마저도 없는 내게 지금 묻는다면
내가 짓뭉개고 외면해 온 시간의 흔적들밖에 더 말할 게 없다
심지어 죽음마저도 뚫고 들어가지 못할 마음속으로
여전히 아니라고 도리질 치며 지나가는 매서운 북풍 소리
가장 가까운 것들조차 따스하게 대하지 못했던 불구의 시간들을 고백하고 싶어진다
보라, 그러니 저 사진틀 속에 영원히 멈춰 있는 것들조차
이미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그건 오히려 미처 드러나지 못한 요청이었을 뿐
여전히 우릴 살아 불타게 하는 것들은
저 스러질 듯 서 있는 현실의 희망 사진관 너머
아직 기억되거나 생각나지 않은 낯섦 속에
모든 희망들이 추문이 된 이 세월의 그리움 속에
끝내 지워지지 않을 무모한 절정의 섬광들로 빛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