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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30630229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0-06-25
책 소개
책속에서
“내 가방 돌려줘! 돌려달란 말이야!”
정말 딱하고 한심하다. 거칠게 씩씩거려봐야 호흡만 낭비할 뿐인데. 그렉은 이미 가방을 움켜진 채 안을 마구 뒤지고 있다. 바로 이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이 생각이 내 머릿속을 두드려대기 시작한다, 점점 더 빠르게. (중략)
내가 가방을 움켜쥐자 그가 말한다. 구겨져 있던 표정이 입꼬리만 올린 미소 뒤로 서서히 사라진다.
“알았다고, 이 괴짜야.”
그렉의 뒤에서, 나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 있던 플릭이 미소를 짓는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걸 본 것이다. 그렉이 등 뒤로 감추고 있는 뭔가를.
내가 돌아선다. 이때, 그렉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 그럼 여기에 뭐가 있는지 한번 볼까?”
난 즉시 그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내 가방에서 뭘 꺼냈는지 알아차린다. 그에게, 아니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빛이다!”
내가 쳐다보고 있는데도 토저가 외친다.
“저길 좀 봐!”
우리 위로 높이, 가느다란 바위틈이 넓어져 있다. 희끄무레한 빛줄기가 그 틈으로 새어들고 있다. 빛줄기가 동굴 입구에서 맞은편 암벽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다.
“우리를 찾으러 온 거야!”
토저는 온 힘을 다해 소리치기 시작한다.
“도와주세요! 여기요! 이 아래 사람이 있어요!”
나도 같이 소리치고 호루라기를 삑삑 불어대며 힘을 보탠다. 너무 시끄러워 그 밖에 다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쉬이!”
우리는 귀를 기울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가 손전등을 켜고 그의 얼굴을 환히 비춘다.
“그래서? 옳은 걸 어쩌라고? 그래서 날 항상 괴롭혔던 거니, 토저? 그래? 날 혼자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게 바로 그런 것 때문이야? 내가 뭐든 올바르게 하기 때문에?”
그의 얼굴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불빛이 마치 자신의 따귀를 때리기라도 하는 양, 빛을 피해 얼굴을 돌리려 한다.
“말해봐. 정말 그래?”
내가 다시 소리친다. 그리고 손전등을 아래로 돌려 바닥에 피범 벅되어 쓰러져 있는 사람을 비춘다.
“너도 그렇고, 이 사람도 그렇고. 다들 날 만만한 놀림감으로 본게 그것 때문이었어? 말해봐, 어? 난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토저는 여전히 입을 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분노가 가라앉는걸 느낀다. 마치 나를 꽉 짓누르고 있던 압박이 풀어진 것처럼. 나는 손전등을 끄고 우리를 다시 어둠 속으로 몰아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