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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30690872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22-05-23
책 소개
책속에서
여자의 굴곡진 몸은 미동조차 없이 고요했고 두 눈은 감겨 있었다. 목 부분이 깊이 파인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겨우 색깔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차림새로 보아선 파티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다. 다친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무언가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여자의 오목한 가슴골에 묻혀 있던 장신구, 가느다란 줄에 걸린 말굽 모양의 펜던트였다. 마야의 머리카락 한 움큼이 그 위를 스쳤지만 여전히 움직임은 없었다. 마야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정말로 죽은 것이 틀림없다.
마야는 그를 계속 지켜보았다. 숲에 쓰러져 있던 남자, 죽은 듯 누워 있던 그 남자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보니 갑자기 역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렇게 멀쩡히 걸어다니다니,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건 애니 쇼가 살아 있는 것만큼이나 부자연스럽고 괴이한 일이었다.
느슨하게 덮여 있던 흙을 치워내자 갑자기 뭔가가 툭 떨어져 나갔다.
떨어진 것은 여우의 머리였다. 몸통은 딸려 있지 않았다. 마야 앞으로 굴러온 머리가 공허한 눈으로 위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마야의 눈은 그 밑에 있던 다른 것에 고정되어 있었다.
사람의 한쪽 발.
“오, 맙소사.” 마야가 중얼거렸다.
흙을 걷어낸 자리에 발이 쑥 삐져나와 있었다. 때가 묻어 더러워지고, 할퀴어진 맨 발바닥. 발가락들은 바짝 모여 있었으나 발등부터 나머지 부분은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마야는 급히 구덩이에서 기어 나왔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이 일을 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