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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30669359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5-08-2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기분이 좋아지는 레몬 향
한겨울의 온기 같은 초콜릿 향
미지의 차 향
빨갛게 잘 익은 꿀사과 향
비 오는 날의 숲, 우디 향
햇볓 아래 빛나는 바다 향
사랑이 가득한, 새까만 밤의 향
정성이 담긴 수정과 향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빛은 소리보다 빠르잖아. 내가 천둥소리를 무서워하니까, 번개 때문에 하늘이 밝아지면 네가 일하다 말고 달려와서 나를 꼭 끌어안아 줬지. 실은 나이 들면서 천둥소리가 덜 무서워졌는데, 네가 나를 안아주는 게 좋아서 계속 무서운 척한 거야. 몰랐지?
오늘은 천둥번개가 심하게 치고 비가 쏟아져서 하늘에 구멍이 났나 싶을 정도야. 이런 날이면 원두와 그라인더, 드리퍼, 주전자, 전기포트, 차, 머그잔을 바리바리 챙겨 베란다 앞에 자리를 잡아. 타닥거리는 빗소리를 배경으로 수동 그라인더에 원두를 와르르 붓지. 다르르륵, 하고 원두가 갈리는 소리 사이로 시야가 번쩍하고, 향긋한 커피 향기가 집 안에 퍼지면 천둥이 우르릉 쳐. 커피도 못 마시면서 왜 원두를 갈고 있냐고? 너 때문이잖아. 네가 우주로 간 이후로, 난 마시지도 않는 커피 원두를 사. 꽃향기가 난다고요? 이건 견과류 향이 나나요? 꼼꼼하게 물어보지. 신중하게 산 원두를 수납장에 잘 보관했다가, 하늘에 구멍이 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천둥번개가 치고 거센 비가 내릴 때 꺼내 소원을 빌어.
그러나 세상은 무섭고 인간은 더 무서웠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거기에도 인간이 있었다. 허리가 꼬부라져 키도 작고 몸도 작은 늙은 여자. 귀도 잘 안 들리고 눈도 잘 안 보이는지, 개가 멀리서 아무리 짖어도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개가 여러 날에 걸쳐 천천히 다가가며 짖어도 반응이 없더니, 아주 가까이 다가가자 늙은 여자는 웃으면서 쭈쭈쭈 하며 손짓을 했다. 개는 처음 보는 미소에 화들짝 놀라 바로 도망갔다. 뭔가 이상했다. 주인이 손을 들면 너무 무서웠는데, 늙은 여자가 내민 손은 무섭지 않았다. 조금만 깨물어도 엉엉 울 것처럼 약하게 생겨서 그럴까? 이길 수 있으니까? 제대로 먹지 못해 전보다 말랐지만, 늙은 여자를 이기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