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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img_thumb2/9791130678160.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30678160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1-11-30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진의 시선에 자신처럼 이 고개를 벗어나지 못한 지박령이 보였다. 입장권 추첨에서 떨어져 하루를 공친 장수꾼들이 터덜터덜 걸어내려가고 있었다. 가진 거라곤 입장권을 살 현금 만 원이 전부인, 개털도 못 되는 먼지 신세가 되어. 한 달에 보름만 입장이 가능해 입장 추첨에 걸리면 웃돈 얹어 팔아 연명하면서 내일의 한 방을 기다리는 사람들. 도박 중독이 그들을 이곳의 붙박이로 만들었다. 차를 본 몇몇이 태워달라고 엄지를 치켜올렸으나 진은 그들을 외면했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돈을 따거나 조금 잃은, 아직 처분할 것이 많은 ‘프레시’한 초짜들이 고객이지 자리를 잡아주고 번 돈으로 게임하는 앵벌이들은 전당사와의 인연이 다했다.
“벌써 털렸어요! 시계랑 휴대폰을 그 집에서 했는데 완전 양아치들! 반의반도 못 받고 나왔더니 개털이 됩디다! 재수가 없을라니!”
‘운발’이 막힌 테이블을 옮겨가듯 전당사를 옮기겠다는 의미라면 이해가 간다. 도박판 사람들이 하늘로 모시는 게 그놈의 운발이니. 하지만 이 미신의 세계에도 지켜야 할 마지막 울타리가 휴대폰이었다. 가족과 통하는 마지막 통로를 버린 사람들의 말로는 좋지 않았다. 자살하거나 신장을 떼이거나, 오도 가도 못하는 지박령이 되거나. 도박에 미친 사람들은 눈앞에 폭포의 굉음이 들리는데도 그 물살을 보지 못했다.
전당사 사람들은 백태가 낀 그 눈을 찾아낸다. 눈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을 잘 구슬려 털 수 있는 모든 것을 터는 게 그 세계의 생리였지만 성 사장은 달랐다. 그는 돈을 좇는 이들과 다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거길 왜가? 그 새끼들이 나한테 왔다고! 진규 새끼가 내가 사장님 몰래 차로 뒷주머니 찬다고 주먹질했다니까?”
“그렇지 사장님이야 차는 안 잡으니까 오해했겠지.”
“오해는 얼어죽을. 언덕 주차장에서부터 죽어라 쫓아와서 겨우 여기까지 도망쳤다고.”
“거길 다녀왔다고? 너 방금 나갔잖아.”
“방금이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진은 그 말을 하면서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가게를 나선 건 11시 반 무렵이었는데 시계의 긴 바늘은 35분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