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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13684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8-09-2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돈가스와 요구르트
한 잔의 에스프레소
그미의 책
잔혹한 낙관
하늘 아래 첫 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원을 달리다
갈색의 세월
작품 해설:돌봄과 돌아봄의 시학 _ 안미영
저자소개
책속에서
재형이는 먼저 배식을 받고 요구르트를 핥듯이 빨고 있는 성묵이를 돌아보았다. 가슴속에 아픔이 스쳐 지나갔다. 성묵이의 폭력 아닌 폭력은 계속되었고, 성묵이를 통해 인내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겼다. 어떤 환경에서도 긍정적 가치를 발견해내려는 것이 인간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묵상하며, 성묵이가 자신에게 주는 긍정적 가치를 찾으려고 하는 기간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가장 인생에서 괴로운 시기였다는 사실이었고, 될 수 있으면 성묵이를 피하고 싶었다. (「돈가스와 요구르트」)
“아줌마, 대한민국 정부가 언제 국민들에게 이해받고 일한답니까. 국가가 죄인이라 하면 죄인이지. 아버지가 납북된 것 때문에 저는 태어날 때부터 죄인으로 태어났어요. 그건 이해가 돼요? 스스로가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버린 인간들이 얼마나 되는 줄 알아요? 아줌마, 유치장에서 며칠 고생하는 것은 코미디 수준이에요.”
“아니, 어떻게 경찰이 그런 말을…….”
“아줌마, 여기 있어봐요. 억울한 사람 천지예요. 아무도 자신이 죄를 지었다고 생각 안 해요. 아줌마 생각에 제 아버지 납북된 게 제 죄냐고요. 아버지가 유명한 학자였다는 것도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그것 때문에 납북됐고, 그로 인해 엄마가 죽고 내가 평생 죄인으로 살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저는 경찰서에 근무하면서, 근무는 아니고 여기는 내 집과 마찬가지예요. 참 아버지 덕도 봤네요. 아버지 제자가 서장으로 있을 때 제가 불쌍해 보였는지, 여기 사환으로 일하라고 해서 들어온 게 벌써 이십 년이 됐어요. 그리고 하도 궂은일을 다 맡아서 하다 보니 정식 경찰로도 만들어줬어요. 정식 경찰관이 되어도 계속 저 혼자 당직하며 여기서 살거든요. 여기 와서 저를 이해하게 됐고요. 이제 억울한 것도 아무것도 없어요. 더도 말고 쫓겨다니지 말고 밥이나 얻어먹고 살다 죽는 소원밖에 없어요. 이렇게 사는 것도 대한민국에 태어난 죄 때문이에요. 아줌마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죄예요. 아줌마는 이 나라에서 보지 말라는 책을 샀으니, 분명죄를 지은 거라고요.”(「잔혹한 낙관」)
“여기 좀 있어도 되죠?”
여자는 찬경의 뒤를 따라와 책상 가까이 놓인 의자에 앉더니 서점을 눈으로 훑으며 말했다.
“네, 그럼요. 근데 어떻게 이 시간에……”.
차림을 보니 여행 중인 것 같지도 않고, 등산복 차림도 아니다.
“저 윗동네 살아요. 여기 이런 서점이 있다니 기적 같아요. 하늘 아래 첫 서점이라, 새재마을에 있는 서점이라는 뜻이네요”.
“네. 그렇게 인터넷에 올렸더니 금방 새재마을에 있는 서점임을 알더라고요. 하기야 지리산 이쪽을 다녀간 사람은 모를 리 없죠”.
50대 후반 정도의 나이인데도 청바지에 엉덩이까지 오는 검은 티셔츠 위에 빨간 점퍼를 깜찍하게 입었다. 머리는 생머리다. 딱히 미인이라고 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이 나무랄 데 없는 균형적인 몸매와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도 발랄함이 주는 매력 있는 여인이다. (「하늘 아래 첫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