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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70613008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5-08-26
책 소개
목차
류재이 | 금녀
이지유 | 여우의 미소
유상 | 달리 갈음, 다리가름
박소해 | 폭포 아래서
무경 | 웃는 머리
위래 | 반쪽이가 온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자네 말은, 괴물이 원님의 아내를 잡아가니 어쩌니 하니 딸년을 원님에게 시집보내란 말이로구먼? 딸년을 제물로 바치라는 거요, 뭐요?”
“내 그냥 들은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오. 원님은 젊은 사내답게 의욕이 넘친다네. 마을 여인들이 자꾸만 사라지는 원인과 흉흉한 소문의 출처를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심산이오. 지난번 원님도 부인을 잃었으니, 혼처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아니겠나. 하여 문제가 생겨도 탈이 안 날 여인을 찾아보라는 이방의 지시가 있었소. 자네 딸은 혼기가 훨씬 지난 것은 물론이오, 하도 박색이라 앞으로도 시집가기는 틀린 것 같으니, 목숨을 내놔야 하겠지만 잠시라도 원님 부인이 되게 하는 건 어떻소. 돈이 어디서 나는지는 몰라도 원님 씀씀이가 헤프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자네한테 떡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겠소?”
_<금녀>
“아씨는 얼른 공덕을 쌓아 인간이 되고 싶으신 거뿐이면서 저더러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요.”
영인이 팽순에게 고개를 돌렸다. 묘한 눈빛은 평소처럼 웃음을 머금고 있지 않았다. 팽순은 얼굴이 벌게지며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죄송해요, 아씨. 제가 쓸데없는 말을……. 죽을죄를 졌습니다요.”
“네가 보기에도 내가 이런 일에 열심을 내면 인간이 될 거 같은가 보구나.”
무심하게 대꾸한 영인은 검은 물이 떨어졌던 헛간으로 시선을 옮겼다. 물기가 싹 사라진 헛간은 문의 위쪽 경첩이 떨어져 흉하게 비틀려 있었다. 영인은 벌어진 틈으로 젖은 머리카락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보았다.
“그럼 계속 열심히 해봐야겠다. 진심으로.”
_<여우의 미소>
“나는 지금 나랏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대들을 관아에 일러바칠 생각도 없소. 하지만 이 고을의 일을 도우러 온 사람이긴 하지. 여기서 대체 무엇이 일어나는지 말해주게.”
“아, 알아봤자…… 뭘 도와주실 수 있다는 겁니까.”
한 병졸이 두려움에 이를 딱딱 부딪치며 말하자, 다른 병졸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말을 받았다.
“그런 것한테는 천하장사도 의미가 없고, 총포도 소용이 없습니다.”
혜형은 입을 닫고 그들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침묵 속에서, 병사들은 잊고 있었던 기억을 결국 다시 떠올린 듯했다. 결국 병졸 하나가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었다. 불길하고 더러운 것을 억지로 만지는 듯한 표정으로.
“쥐가, 들끓습니다. 수백, 수천의 쥐가. 때로는 파도처럼 덮치고, 때로는…… 사람 모습을 하고서.”
_<달리 갈음, 다리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