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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1858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1-12-0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코비드-19와의 만남
2. 희미한 새벽
3. 까치노을 카페
4. 현실과 기억의 교차
5. 새로운 정착
6. 새벽안개
7. 꽃제비 허물 벗기
8. 음악회의 초대
9. 길의 도중에서
10. 낯선 손님
11. 놀멍 쉬멍 걸멍
작품 해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을 사유한다는 것―임정연
저자소개
책속에서
간호사가 병실을 다녀간 이후 병원이 갑자기 부산스러워졌다. 의사, 간호사의 걸음 소리가 말발굽 소리처럼 따닥따닥 이어졌다. 식사도 이제 간병인들이 직접 탕비실에서 갖다 먹어야 했다. 식사 배분 담당 아줌마부터 환자 가족들조차 모든 외부인은 출입 금지시켰다. 의료진과 간병인 한 사람 외에는 병원을 출입할 수 없었다.
주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런 난리는 북조선에서 공안이 시장 바닥에 나타나 꽃제비들을 잡아갈 때와 같았다. 꽃제비들은 공안에 잡히지 않으려고 지하실에서 바퀴벌레들 도망가듯 뿔뿔이 흩어졌다. 잡히는 사람은 다리나 허리 등이 불편한 사람과 나이 많은 할마이, 할바이 동무들이었다. 주미는 그 이후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자주 공포를 느낀다. 그때 무지막지하게 회초리에 맞아 이마에 피를 흘리며 발발 떨며 끌려가던 할마이, 할바이 동무들을 생각하면 몸이 오그라지며 소름이 돋았다. 공안들은 대부분 괴팍하고 미친 사람들이었다. 주미를 끌고 가려다 무지막지한 손으로 바지를 벗긴 사람도 있었다.
순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긴 어두운 동굴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함께 들은 충격적인 딸의 소식에 처음 음압실로 끌려갈 때의 막막함이 되살아났다. 딸이 나타남으로써 그동안 막혔던 북한에서의 삶의 편린들이 어디서 숨어 있었는지 두서없이 떠오른다.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다. 아무것도 단언할 수 없고 규정할 수 없는 세계 속의 막막함. 보고 싶고 기다린 딸이었다. 순국 자신이 남한으로 떠난 이후 그동안 쭉 꽃제비로 살아왔다고 한다. 부모들이 먹을 것을 찾아 떠나고 기다리다 못해 먹을 것을 찾아 나선 아이들! 쓰레기통을 뒤지면서까지 먹을 것을 찾다 굶주림에 견디지 못해 길거리 여기저기에 먼지 덩이처럼 쓰러져 있던 아이들! 뉴스에서 본 꽃제비들을 떠올리자 바늘로 온몸을 쑤시는 것처럼 따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