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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4353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19-05-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사랑과 흑심 사이
붉은 감잎 / 봄밤 / 나비 1 / 흰 배 / 선풍기 / 노랑부리저어새 / 나비 2 / 투계 / 외계인 아내 / 멸치 / 소문 / 군무 / 사랑과 흑심 사이 / 백일홍에서 혁명을 떠올리다 / 계급장 / 산불 / 유행
제2부 고향집은 슬프다
나비 3 / 고향집은 슬프다 / 나비 4 / 혈서 / 염소와 꽃잎 / 고백 / 폭우 / 꽃 짐 / 물푸레나무가 쓰는 편지 / 동백꽃 엽서 / 시집살이 / 단풍 / 엉겅퀴꽃 / 무꽃
제3부 붉은 오지
벌촛길 / 나비 5 / 고향 / 구제역 / 위험한 사랑 / 골똘 / 보쌈 이야기 / 홍등가 여자 / 침묵하는 자들을 위해 / 붉은 오지 / 폐공 / 효자손 / 만월 / 기계 앞의 경배 / 지게 / 노숙자
제4부 노승과 휘파람새
염탐 / 개복숭아꽃 필 때 / 노모의 평생직장 / 풀과의 열애 / 금잔화 / 성난 황소 / 막춤 / 꽃구경 / 엄마 신발 / 첫사랑 / 중매 / 탐욕 / 노승과 휘파람새 / 서어나무 숲으로 난 길 / 고로쇠나무 할머니 / 폐가 / 그리움의 길 / 봄날 잔치 / 대쪽 같은 사랑
작품 해설:경물(景物)의 시학 - 맹문재
저자소개
책속에서
염소와 꽃잎
둑에 매여 있는
염소의 콧등에 꽃잎이 내려앉는다
허공 어디쯤에서 날아왔는지
꽃잎이 거뭇거뭇 시들었다
붉은 꽃이 거뭇하게 변할 때까지
세상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
영영 시들 것 같지 않는 꽃잎에
파르르 떠는 염소의 눈꺼풀
염소도 외눈으로
시든 꽃잎을 슬쩍 보았을 것이다
침묵하는 자들을 위해
촛불을 쳐들지 못하는 너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겠다
차라리 나무에게서 배워라
꽃에게서 배워라
그들은 촛불을 쳐들지 못해도 단풍을 쳐들었고
전단을 뿌리지 못해도 꽃잎을 날렸다
사지 멀쩡한 사람들보다
침묵하는 그들에게서 배워라
그들은 꽃을 촛불처럼 켜서 세상을 밝혔고
단풍을 빨간 띠처럼 둘러 세상을 깨웠다
그들의 침묵 속엔
용암처럼 끓어 넘치는 함성이 있다
봄날 잔치
버드나무가 머리칼 풀어 강둑에 늘어지면
산비탈 앵도화도 화르르 피었지요
벌 떼들 부릉거리며 꿀샘 찾아다니면
강 언덕 산도화도 뺨 붉어졌지요
봄날이면 산골짝 따라 쑥꾹새 소리 어지럽고
벌들은 달콤하게 울었지요
온종일 풀밭 위에 벌렁 드러누워
강물 같은 구름 한 점 목메어 바라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