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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7026
· 쪽수 : 114쪽
· 출판일 : 2020-08-31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바람꽃 / 금환일식 / 푸르고 싱싱한 병에 들어 / 반도네온에게 / 고독의 뼈는 단단하다 / 빙폭 / 쇄빙선 / 어느 날 밤의 그로테스크 / 아파트 야화(夜話) / 그 섬의 선인장 / 팔에 대한 보고서 / 비보호좌회전 / 피 묻은 상처는 밥이다 / 그곳, 폐광
제2부
아프릴레 / 이운다는 말 / 이후 / 먼 길을 돌아왔네 / 이사 전야 / 사진은 왜 / 물외라는 이름 / 사랑과 이별에 대한 몇 가지 해석 / 가버린 것들은 / 백석처럼 / 지는 꽃 / 흰죽의 기억 / 전혜린을 읽는 휴일 / 밤비 / 찰람찰람
제3부
종이컵 연애 / 관계 / 캔을 따는 시절 / 꼴 / 불면의 렌즈에 잡힌 두 개의 이미지 / 일몰, 그리고 / 어떤 죽음 / 그 밤에 반전이 있었다 / 촉 / 키 큰 피아니스트 / 그 여자의 바다 / 불온한 오독, 혹은 모독 / 컴퓨터로 시 쓰기 / 십자가 도시
제4부
희망대로 달리다 / 돌담 미학 / 손의 벽 / 저녁 기도 / 퇴근길 / 공은 둥글다 / 일요일 오후에는 바지를 다린다 / 적과 / 누더기 시 / 책상다리가 절고 있다 / 두만강은 흐른다 / 포항물회 / 구만리 보리밭
제5부
봄시(詩) / 동백꽃처럼 / 버들노래 / 화엄사 홍매화 / 필리버스터 하라 / 연잎 구슬 / 여름 절집 연밭은 / 구월 저녁 / 시월, 오후 한때 / 어쩌면 오늘은 / 가을볕에 서면 / 그렇게 가을 저녁이 / 햇살 원고지 / 겨울 덕장에서
■ 작품 해설:시시포스의 역설 - 맹문재
저자소개
책속에서
피 묻은 상처는 밥이다
피 묻은 상처는
한 그릇의 밥이다
불어터진 감성의 배후가 될지도 모를
어설픈 에스프리는 나의 밥이 아니다
찬 바닥을 기면서 맨몸을 문질러 쓴 유서 같은 문장을 뚝뚝 꺾어 넣은 밥 녹슬은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 밥
잠복해 있던 울음들 조각조각 토해내고
희망의 손목에 철컥, 수갑을 채우는
피 묻은 붉은 상처의,
슬프고도 힘센 밥
먼 길을 돌아왔네
젖은 생을 조금씩 배경에게 내어주고
저 또한 배경이 된
한 다발의 마른 시간
그 사이
우리 관계는
먼 길을 돌아왔네
첫 마음 첫 향기는
귀밑머리로 세어지고
피울 꽃도 지울 잎도 없는 가벼워진 몸에
잘 마른
울음 몇 잎이
나비처럼 앉았네
낡은 신발 흙을 털듯
기억을 털어내고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마지막 한 문장
마른다,
그 말의 끝은
아직 젖어만 있네
어떤 죽음
그는 죽었다
무슨 징후나 예고도 없이
제 죽음을 제 몸에 선명히 기록해두고
정확히 세 시 삼십삼 분 이십이 초에 죽었다
생각해보면 그의 죽음은 타살에 가깝다
오늘을 어제로만, 현재를 과거로만
미래를 만들 수 없는,
그 삶은 가혹했다
날마다 같은 간격과 분량으로 살아온
심장이 없어 울 수도 없는 그의 이름은
벽시계,
뾰족한 바늘뿐인
금속성의 시시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