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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19341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2-08-0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등고선
엄마의 완장
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
시간을 건너는 법
징검다리가 있는 집
청색 디딤돌
벅수
홀릭
부재와 결핍에서 긍정과 화해로_심영의
저자소개
책속에서

타는 듯 붉은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맨발에 두건을 쓴 남루한 행색의 사람들이 끝도 없이 어딘가를 향해 몰려갔다. 뭔가에 홀린 듯 걸어 갠지스강에 도착한 그들은 몸을 씻고 북을 치며 죽은 영혼을 보내는 의식을 행했다. 삶과 죽음을 다르다고 생각지 않는 듯, 이승에서 수고했으니 잘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느껴질 뿐 슬픔은 없었다. 인도인과 행색이 별반 다르지 않던 그는 아, 나도 저곳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가슴속에 슬픔이 매설된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는 걸까? 나윤의 외모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비쩍 마른 몸피에 안색은 창백했고 눈빛만 형형했다. 그 모습에 불안해하며 물었다. 정말로 그들은 삶과 죽음을 하나라고 믿는 거냐고, 혹시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의연하려는 필사적인 몸짓이 아니냐고…….
그때 그들이 했던 대답은 뭐였을까? 기억나지 않았다.
(「등고선」)
“세상이 참, 지랄 맞죠? 누군 다리병신이 되었는데도 요 모양 요 꼴로 살고, 누군 멀쩡한 사지 육신을 가지고도 유공자에, 보상금에, 호사를 누리니 말입니다.”
호사를 누린다는 김의 말은 과했다. 보상금만 해도 그랬다. 보상금이 지급되었다는 보도에 이름도 모르는 시민단체에서 연락을 취해왔다. 그들은 교묘한 말로 기부를 종용했다. 처음에 망설였지만 몇 개의 단체에 기부하자 외려 홀가분했다. 사실 유공자 혜택도 별거 없었다. 국가가 지정한 병원에서의 치료비 면제와 국립공원 입장료 면제,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영화관 할인, 그리고 몇 번으로 한정된 기차요금 반값 할인 정도였다. 다만 애들 학비를 면제받을 때는 달랐다. 아비로서의 뿌듯함과 오래전의 행동이 옳았다는 우쭐함은 분명 있었다. 유공자 자녀에게 주어진 가산점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박이 지닌 유공자 자격을 김에게 내줄 수도 없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