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19563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2-09-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그랑블루
마릴린 먼로가 좋아
프랑스어 연극처럼
새벽에 사과 먹는 여자
그 눈부신 새벽에
그녀가 무심천으로 간 까닭은
투견
K네 집
작품 해설:과거와 현재가 상호 조응하는 소설적 묘사의 세계 _ 김종회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는 교회 근처에서 자취를 했다. 그곳은 청년부 자매들의 아지트였다. 오전에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는 청년부 자매들은 오후 청년부 예배가 시작되기 전 틈이 생기면 그녀의 방에서 잠깐 몸을 뉘였다. 때로는 우르르 몰려가기도 했는데 그녀는 팔을 걷어붙이고 각종 야채를 버무려 부침개나 새콤한 비빔냉면을 해줬다. 그녀는 우리가 뭘 먹고 싶다고 하면 뚝딱 금방 해내 왔다. 음식 솜씨가 훌륭했다. 자매들은 그녀 집에 있으면 식사할 때 감사기도 정도는 했지만 신앙적인 의식에서 많이 벗어났다. 어느 날, 은이가 장난스럽게 이름 대신 그녀를 ‘마릴린 먼로’라고 불렀다. 그녀는 뜻밖에도 예의 그 미소를 짓고 치마를 걷어 올리며 영화 <7년 만의 외출> 속에 나오는 환풍구 장면을 흉내 내었다. 청년부 자매들은 박장대소하며 뒤로 넘어지는 시늉을 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교회에서도 공공연히 ‘마릴린 먼로’라 불리었다. 특히 청년부 형제들이 그 이름을 반기는 것 같았다. 교회 청년부는 마릴린 먼로가 된 그녀로 인해 더 환해지고 소란스러워졌다. 어쩌다 그녀의 진짜 이름을 부르면 더 어색했다. (「마릴린 먼로가 좋아」)
정말 많은 사람이 모였군요. 엄마, 울지 마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러 왔잖아요. 3월에 눈이 내렸어요. 눈의 무게에 나뭇가지가 휘어질 것만 같아요. 온 세상이 하얗게 되었어요. 눈이 부셔요. 사람들은 나를 만나러 오는 길이 조금 힘겨웠어도 그렇게 불평은 안 했을 거예요. 그렇게 환한 거리를 보며 화내거나 투덜댈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내가 세상을 떠난 슬픔에 대해서도 잠시 잊을 수도 있었겠네요. 어, 심술이 고모가 왔어요. 고모가 내 영정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무너지듯 주저앉아 울고 있어요. 아니 이토록 멋진 모습의 나를 보면서 우는 것은 안 되죠. 그 사진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모 기획사 관계자가 모델 제의를 해 왔을 때 찍은 사진이잖아요. 그때 심술이 고모는 내가 곧 연예인이라도 될 것처럼 들떠서 하늘색 남방과 스트라이프가 있는 갈색 재킷을 사주었어요. (「그 눈부신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