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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21412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4-04-22
책 소개
목차
제1부
가족은 각각의 상황을 산다 / 술 먹는 남자 / 배려 / 연두 리본의 욕망 / 빈방 / 4월의 어느 날 / 넝쿨, 뿌리 찾아 가는 중 / 목적이 떠난 자리 / 이별의 배경 / 점박이 연두 나비 날다 / 보도 위를 구르는 오렌지 / 이야기 / 폐가 / 문, 그리고 문
제2부
신을 잃어버렸어요 / 레드 라이딩 후드 / 가방의 신전 / 중독, 그치지 않는 / 안개에 부치는 에피소드 셋 / 자라나는 바람 / 무얼 보았나? / 비상, 활짝 피는 붉음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 충동, 고양이 하품같이 / 문신 1 / 시계는 안녕하신가요? / 사제 폭탄 / 키로키 바(Bar) 가는 길을 아세요? / 무제
제3부
들끓는 빨강에 대한 변명 / 장미여관 / 창틀에 놓인 화분 / 살아 있는 방 / 새와 장미와 메론 / 원의 경로 / 사과를 위한 변명 / 고흐에게 쓰다 / 태양을 숨겨-버린 남자 / 제인의 코르셋과 만나는 밤 / 도대체 뭐란 말인가? / 웰빙 프로그램 / 카르페 디엠 / 아담의 성기
제4부
남은 2초 / 물박물관에서 물을 주지 않는다 / 비워진 여자-비어 있는 남자 / 소금사막 / 널다 / 시간의 그림자 / 문신 2 / 백야 / 현기증 1 / 현기증 2 / 나폴리 다방 1 / 나폴리 다방 2 / 나폴리 다방 3 / 밑줄 긋기 / 고요한 작업
작품 해설 : 시를 쓰는 일은 마음을 쓰는 일이다 - 최종천
저자소개
책속에서
연두 리본의 욕망
존재가 있었나? 자각이 먼저 눈을 떴을까요?
설산을 기어 당도한 무릎이 하얗게 무너집니다
긴 잠, 그건 시간 안의 일인가 시간 밖의 일이었을까요?
지워진 문틈으로 일렁이는 신(神)의 옷자락 소리를 듣습니다
한 조각 일렁임이 세포를 건드리자 가슴을 관통하는 전율!
몽글몽글 스미는 전율에 이유 모를 조급함이 담겼습니다
예언, 예언입니다
길, 길을 내야 한다는……
온몸에 들끓는 간지럼을 없는 손가락으로 박박 긁으며
죽어버린 한 생이 또 다른 생을 위해 길을 준비합니다
제 몸을 비켜 자신이 벗어날 통로를 만들고
있었지만, 처음인 그 길에
병아리 솜털같이 순진한 얼굴을 내밉니다
봄, 내면을 숨긴 광포한 열정!
베르사유 궁전을 휩쓴 겹겹 드레스 자락보다 빠르게
거침없는 욕망으로 휘날립니다
신을 잃어버렸어요
이유 모를 총질과 아비규환에서 도망쳤는데요 맨발이네요 무한 앞에 방향 잃고 여기-저기 신을 찾아 헤매요 신이 신을 낳고 낳아 내가 바로 그 신이라 나서는 신 많은데 신이 없네요 조악한 모양 싸구려 재질 엉성한 바느질 가짜-모조-짝퉁, 내가 찾는 신은 디자인 재질 바느질이 최상급,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유일한 신! 이라니까요 상하지도 더럽혀지지도 않는 발 때문에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까지 신을 찾아 헤매요 왈패들 왈짜를 막아주는 주막집 주모 추락하려는 절벽에서 손을 내미는 청동 활 남자 토기에 물을 떠주는 여자, 원치 않는 구원들이 나타나 신 찾기를 끝낼 수 없게 하네요 때로는 강풍에 돛단배처럼 휘리릭 대서양으로 나아가고요 때로는 잠자는 지중해 시간에 묶이기도 하고요 중력 잃은 허공에 떠 있기도 하면서 근원에서 황혼토록 신을 찾아 신고-벗고! 드디어 닮은 신을 찾았는데 작아요 신 찾기를 끝내려 꾸-욱 밀어 넣었어요 어, 신이 발에 맞춰 자라나네요 무얼 찾아 헤맨 걸까요? 신에 발만 넣으면 원하는 대로 편하게 맞춰주는 차안(此岸)인데요!
원의 경로
삐끗, 왼발이 쏠리자 어그러진 원의 중심으로 우주가 쏟아진다
로마네스크 문양 카펫 위로 홍조 띤 파동이 깃털처럼 일고, 선잠 깬 고양이가 아가리 속 송곳니를 내보인다
일탈하는 원 하나를 주워 스커트에 슥슥 닦고 양손에 힘을 준다
쩌 억,
앙다문 우주의 입술이 벌어진다
사과를 먹는다는 건 태초를 먹는 일, 안과 밖의 색이 다른 거짓을 먹는 일, 거짓인 줄 알면서 끊임없이 유혹에 빠지는 일, 여기저기 구르며 불순에 접붙이는 일, 겉과 속이 같은 종(種)을 숭배하게 되는 일
사각사각, 한입 크게 거짓을 베어 문다
원이 남긴 싱싱한 자궁이 내일로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