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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21634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4-07-16
책 소개
목차
제1부 창과 꽃병
방정식 / 참회록 / 창과 꽃병 / 시시포스의 돌 / 원석(原石) / 한 끼니 / 잃어버린 시 / 반 박자 느린 사람 / 성역(聖域) / 삐뚤어진 코 / 치열한 전투 / 팀 추월 경기를 보며 / 아무도 몰래 꺼내보는 그 마음 / 해바라기의 비명
제2부 시인 안에 북적이는 찌꺼기들
발원지 / 가을 숲에서 / 시인 안에 북적이는 찌꺼기들 / 성스러운 영원 / 절집을 나온 사람 / 만삭의 소래산 / 재난 경보 / 코로나 나이테 / 너는 봄이다 / 노인과 마담 / 둥근 섬 / 보편적인 너무나 보편적인 / 참새 / 폭염의 레임덕
제3부 먼 것이 참 많다
병원 즐기기 / 나의 산책로 / 먼 것이 참 많다 / 취한 밤 / 전철 경로석에서 / 하얀 정물 / 처서 무렵 / 여드레 / 과일 이야기 / 점심때 / 김사차 씨 / 답게 / 당신도 재벌이 될 수 있다
제4부 못다 한 숙제
모과가 익어갈 무렵 / 못다 한 숙제 / 소풍이나 가듯 / 균열의 조짐 / 봄길 / 단발머리 / 죽마고우 / 인천대공원 / 전기스탠드를 버리며 / 불새 / 유예(猶豫) / 만약에 / 뻐꾹 뻐뻐꾹 / 오늘 내가 있는 자리
작품 해설 : 잘 빚어진 항아리- 오민석
저자소개
책속에서
참회록
아름다운 봄노래 곁에 두고 들으려고
새끼 새 데려와 함께 지내기로 했네
둥지에서 아기 새 데려올 때 어미 새 울음소리
들을 겨를도 없었네
목마르지 않게 물을 주고
배고프지 않게 끼니를 챙겼지만
더디더디 자라다 아기 새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네
나이 들어 알았지
옛 어른의 말씀을 듣다가 알았네
물을 주는 게 아니라
때맞춰 끼니를 챙겨주는 게 아니라
어미 품의 온기와 날아오를 하늘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어미 새의 노래 듣고 자라야
창공에 노래하는 음유시인 된다는 것을
발원지
시를 쓰는 것은
고상한 정서의 발현이라고
그윽한 사상의 구현이라고 믿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나이 들어 안다
사랑은 생사의 문제처럼 절실한 것이라고
특별한 지점에 있는
고귀한 영역이라고 여겼지만
맹신의 오류였다는 걸 늘그막에 겨우 안다
생의 하류에 와서 돌아보니
시도 사랑도
일상의 잡다한 것과 닮아 있고
저잣거리 소음과 먼지 속에 섞여
허덕이는 노심초사 속에
고심하는 불면의 밤에
일터에서 돌아오는 고단한 퇴근길에
은둔처럼 싹이 트고 샘물처럼 발원하는 것을
시인 안에 북적이는 찌꺼기들
우수마발이 다 시가 될 수 있지만
그냥 시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한 그루 모란의 뿌리가 봄을 만난 듯해야 비로소 시가 된다
우주에 우주 쓰레기가 가득하듯이
시인 안에 북적이는 찌꺼기들
시가 될 수도 있었는데 끝내 되지 못하고
머리에서 가슴으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것들
시인은 언제 태어나
정처 없이 우주를 떠도는 것인가
저렇게 집 한 채씩 지어놓고
풀벌레처럼 들어앉아 노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천사인지 마귀인지 모를 날개를 달고
밤을 낮 삼아 떠돌기도 하고
문둥이끼리 반갑듯이 시인들끼리는 서로 반갑다
알고 싶지도 않고 모르는 게 낫기도 한
마음이 많이 상한 사람들
갈대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꽃을 피우는 사람들
시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멋모르고 시인이 되고 싶어 시 하나 등불 삼아 살아왔으니
참 바보처럼 살았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
시인 안에 시 아닌 것들 가득하고
추운 날 쓰레기 더미에서 시를 뒤적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