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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30822129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5-02-03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제1관
김종영_ 근대의 에스키스
임만혁_ 삶의 적막과 우울
윤길중_ 상처의 옹호
윤길중_ 슬픈 오브제들
김은영_ 피임사회의 욕망
손상기_ 공작도시의 삶과 우수
임옥상_ 불온하게 아름다운
이왈종_ 일상의 만화경
강요배_ 역사가 된 자연
권순철_ 얼굴의 사회사
박은용_ 남도화의 전통과 창조
변시지_ 바람의 역사
제2관
장욱진_ 탈속의 새
박노련_ 침묵의 풍경
박노련_ 지중해의 바람
정종미_ 시간이 빚어낸 색
백순실_ 차와 이미지
민병헌_ 모호한 세계의 이미저리
김원숙_ 맨해튼의 초승달
김호득_ 마음의 흐름
문인 초상화전_ 기질의 문단사
오수환_ 마음의 추상
송수남_ 추상의 수묵
한명섭_ 장르와 매체의 자유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타버린 붉은 구두 한 짝은 거칠게 마모되어 배열된 검은 부장물의 색조와 잘 대비되어 있다. 프린트와 리프린트가 교직된 바탕 위에 놓인 적과 흑의 외짝 신발은 그 검은색의 절망과 진홍빛 정념이 극명히 대비되면서 상황의 비극성을 고조시켜준다. 작가는 타버린 구두 주인의 행방이나 그와 함께 그 구두가 걸어온 길에 대한 상상의 공간까지도 넉넉히 마련해주고 있다.
훼손 왜곡된 형과 색은 자연스럽게 그 이전의 피사체의 꿈의 형상들을 기억하게 해준다. 인간과 사물들의 장애나 상흔들에 대한 옹호는 결국 드러난 형국보다는 기억해야 할 가치들에 대한 희구일 것이다.
그의 사진들은 바라보기보다는 읽어내기에 좋은 것들이며 아파하다가 마침내 동행하게 되는 치유의 풍경들이다. 그가 찍은 것은 일그러진 사물이 아니라 본래적인 것들에 대한 우리들의 욕망이다.
얼핏 잘 구워진 빵의 둘레 같기도 하고 도넛의 잔해 같기도 한 황갈색의 테두리―이 거대한 콘돔 속은 그러나 이 음험한 공간에 찾아든 자들의 욕망과 좌절, 성스러움과 비속함, 은폐와 권태가 함께 어우러진 육체적이며 은유적인 공간이다. 자잘한 빛을 제거해버린 채 테두리 자체와 그 내부를 극사실로 보여주고 있는 이 장면은 어김없이 현대인의 욕망의 굴레를 드러내주며 그 욕망 안을 기웃거리다 마침내 함몰되어버리는 존재의 덫이라 할 수 있다. 원형의 침대와 거대한 캡슐이 거느리고 있는 어둠의 동공은 요람이나 무덤, 생성과 소멸의 공간으로 기억된다. 실낱처럼, 거미줄처럼, 잘려 나간 순대처럼 뒤엉킨 내부의 공동은 그 디테일한 묘사에 의해 섹스의 본질과 절망을 잘 확대해 보여준다. 심연처럼 아득한 어두운 공간은 죽음의 이미지와 관련된다. 그리하여 조르주 바타유의 이른바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으로서의 에로티즘의 저돌적 모습이 끔찍하게 드러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