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31571484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6-05-13
책 소개
목차
2장 암야행
3장 멋진 신세계
4장 광기와 폭력
5장 킬러
6장 운수 좋은 날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뭔가를 잃어버린 걸까?’
방아쇠를 당기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퍼억―
기어서 농협 건물로 다가오던 좀비의 정수리가 산산조각 난다. 빗물 웅덩이에 떠다니는 뇌 조각을 빤히 보면서도 여전히 입안의 번데기를 토해내지 않았다.
다시 총구를 틀어 그 웅덩이 바로 옆을 뛰어오던 놈의 이마에 총알을 꽂았다. 총탄에 꿰뚫린 좀비는 목이 꺾인 채 옆으로 쓰러진다.
‘뭔가가 끊어지긴 했어. 그게 뭐냐고 묻지는 마. 그건 나도 정확히 표현할 수 없으니까.’
이번에는 스스로에게 대답을 해줬다.
타앙―
입구를 향해 뛰어들려던 녀석의 대갈통이 터졌다. 세 번째 탄창이 다 소진됐다. 탄창을 갈아 끼우면서 진우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 살아 있고 탄창은 세 개나 더 남았다. 그 대신에 내 안의 뭔가를 조금 덜어내 주었다고 한들 그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타앙―
다시 또 한 놈의 머리가 날아간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쏘아댔는지 모른다. 바닥에 탄피들이 잔뜩 굴러다니고, 좀비들을 거의 다 청소했을 때에는 그 지독했던 비바람도 슬슬 잦아들 기미를 보였다.
사거리를 아무리 노려보고 있어도 더 이상 새로운 좀비가 나타나지 않게 되자, 진우는 비로소 창문을 닫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눈은 가물거리고, 계속해서 찬 비바람과 맞섰던 머리는 핑핑 돌았다. 두 팔이 저리고, 쪼그려 앉아 있던 무릎은 감각이 없다. 유리 조각에 찢어진 팔도 불에 댄 것처럼 화끈거렸다.
쉬고 싶다. 저 푹신해 보이는 소파 위에 누워서 아주 깊게 잠이 들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직 한 가지 더 남았다.
끼이익―
소파를 받쳐 둔 채 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본다. 만약 밖에 좀비가 서성이고 있다면 곧바로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조용했다. 진우는 소파를 넘어 복도로 나왔다.
텅 빈 계단을 따라 내려와 거리에 발을 내디뎠다. 그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든 수많은 좀비들의 시체가 널려 있는 거리로. 파인 곳마다 고여서 흐르는 빗물을 따라 뼛조각과 살점들이 부유하고 있다.
황량한 바람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다. 가게에서는 마지막 불꽃의 연기가 검게 피어오르는 중이다. 진우는 어두컴컴한 거리를 횡단해서 쌀가게 정면으로 갔다. 문은 스테인리스 파이프 재질의 셔터가 내려진 채 단단히 잠겨 있었다.
콰창!
가게 안에 갇혀 이 싸움에 참전하지 못했던 좀비들이 분하다는 듯 셔터를 두들긴다. 진우는 가게 안쪽으로 플래시를 비췄다. 그러고는 놈들의 썩어버린 눈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총 찾으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