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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2242789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17-10-20
책 소개
목차
二十二章. 환국(換局)
二十三章. 설야(雪夜)
二十四章. 박상검의 옥(獄)
二十五章. 위안
二十六章. 숙종의 장자, 장희빈의 아들
二十七章. 김성(金姓)궁인 사건
二十八章. 이별
二十九章. 형제(兄弟)
三十章. 왕의 죽음
三十一章. 생(生)
終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밤
外傳. 희빈장씨 애련곡(禧嬪張氏 愛戀哭)
저자소개
책속에서
“신첩은…… 제 지아비가 조선의 임금이라는 것이 행복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전하.”
그녀가 건네는 말의 의미를 곱씹던 윤이 문득 물었다.
“지금 신첩이라 하였느냐?”
순심의 입에서는 처음 나오는 생경한 호칭.
임금의 처첩을 뜻하는 ‘신첩’이라는 말은 주로 중전이나 후궁들이 스스로를 칭할 때 쓰는 말. 윤은 그녀에게 비빈의 자리를 주지 못했고, 순심은 일개 궁녀로 남았다. 그녀는 처음 윤을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늘 ‘소인’이라 스스로를 낮추어왔다.
“예. 처음으로…… 그렇게 스스로를 칭해보았습니다.”
“어찌 그렇게 칭하였느냐?”
“후궁이나 비빈의 호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하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저는…… 왕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여인이니까……. 앞으로는 저도 늘 신첩이라는 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심이 너는, 참으로 놀라운 여인이구나.”
윤의 음성은 나지막했다.
-전하께서는, 강인한 왕이십니다.
그것은 순심의 채찍질이었다. 나약해지지 말라는, 포기하지 말라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가진 것을 놓아버리지 말라는. 자신이 조선의 임금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라는. 그것은 순심이 윤에게 전하는 모진 성토였고, 동시에 그를 믿는다는 강력한 지지였다.
“어찌 너 같은 여인이 내게 올 수 있었더냐?”
“신첩이 가지 않았습니다.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잊으셨습니까?”
“그래. 그랬었다.”
그 밤. 이성이 아닌 본능으로 나는 너를 찾아갔었다. 마치 삶의 구원자를 찾아가는 여정처럼. 네게 가는 길은 광기로 점철되어 붉고 어지러웠다.
끝내 나는 너를 찾아냈고, 너는 나를 기꺼이 받아주었지.
“신첩은 변치 않고 늘 여기 있을 테니 전하, 힘들 때는 언제든지 오십시오.”
윤에게 다가간 순심이 그의 용포에 얼굴을 묻었다.
무엇이 옳은 일인지 그녀는 모른다. 윤의 여인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 그의 드넓은 용포 자락에 감싸인 채, 그녀는 오직 사랑만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윤은 순심에게 아름다운 것만을 보여주길 바랐다. 낙선당은 고립된 낙원이었고 그의 곁에 있는 순심은 마냥 평화로웠다. 그의 삶에 어떤 평지풍파가 일어났든 순심은 그저 평온하기만 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그의 삶의 무게를 함께 떠안고 싶었다. 더 이상 평안하지 않더라도, 선(善)한 세상을 벗어나더라도.
“신첩은…… 전하께서 바라던 일들을 반드시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전하의 뜻이 아닌 타인의 뜻에 꺾이지 마시고, 긴 세월 꾼 꿈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신첩은 전하를 믿습니다.”
순심의 목소리에 담긴 깊디깊은 진심. 그것은 구원이고 용기이며 희망이다.
“네가 그리 믿어준다면.”
이 여인이 곁에 있는 한, 그의 희망은 꺾이지 않았다.
“내 반드시 그리하겠다.”
복수도, 원망도, 미련도. 윤은 다시금 손에 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