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외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8435529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3-01-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세키네 미카의 고귀하고 잔혹한 일생
제2부 난조 고즈에의 어정쩡하고 평범한 사랑 이야기
제3부 다카가키 게이스케의 불합리하고 명예롭지 않은 모험
제4부 어느 연애 없는 사랑 이야기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만약 딱 한 번, 원하는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나는 몇 살의 나에게 시곗바늘을 맞출까.
2015년 11월 11일, 오후 11시가 조금 지난 무렵이었다.
미대 수험생들을 돌려보내고 교실 청소를 시작하는데 극심한 현기증이 덮쳐왔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찧고 나서야 생각났다. 오늘도 아침부터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석 달 전에 마흔다섯 살이 되었다. 더는 젊지 않다.
한숨 돌리려고 개인실이기도 한 강사 대기실로 돌아와 커피를 끓였는데, 노곤해져서 머그컵에 손이 가지 않았다. 멍하니 있는 사이에 커피는 이미 차게 식었다.
“미카 선생님, 기침은 괜찮으세요?”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돌아보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는 다키모토 도코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뒤에서 난조 하루토도 나를 보고 있었다.
시계로 눈길을 돌리자 날짜가 바뀌려 하고 있었다. 이렁저렁 30분 넘게 넋을 놓고 있었나 보다.
“피로가 좀 쌓였나봐. 둘 다 이제 가려고?”
물어보자 도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생님, 하루토한테 아르바이트 시키실 거죠? 나도 하고 싶어요.”
“하고 싶다니, 도코가 강사를?”
“네. 나도 할래요.”
사흘 전에 나는 현재 미대에 재학 중인 하루토에게 강사 아르바이트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조금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대답은 아직 보류한 상태인데, 하루토가 도코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것도, 도코가 강사를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예상 밖이었다.
겸손을 모르고,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남에게 맞춰주지도 못한다. 다키모토 도코는 이른바 사회부적응자다. 강사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도코가 미술 강사라니 농담도 그런 농담이 없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각을 못하는지, 내가 거절할 가능성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도코가 창작 활동 이외의 무언가에 관심을 보이는 일은 극히 드물다.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옆에 있는 하루토에게 눈길을 옮기자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저도 같이 할게요.”
-<제1부 세키네 미카의 고귀하고 잔혹한 일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