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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40807697
· 쪽수 : 704쪽
· 출판일 : 2023-02-24
책 소개
목차
1권
프롤로그
1화. 교양 아닌 상식이 된, 공무진
2화. 유일했던, 공무진
3화. 또다시, 공무진?
4화. 사랑했던, 공무진
5화. 나의 보드라운 향나무
6화. 두 번째 대관람차, 그리고 첫 번째……
7화. 죽도록
2권
8화. 내 취향은 그냥
9화. 바람이 젖은 방향
10화. 오밀희와 공무진
에필로그
외전
특별 외전 1. 노을보다 더 붉게
특별 외전 2. 감격의 이유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매트 끝에 걸터앉았다. 요가 매트보다 한참이나 두꺼운 매트는 폭신폭신했다. 그는 나와 마주 보며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근육 해부학 책을 꺼냈다. 붉은 근육 줄기가 넘실거리는 책 표지를 보고 나는 또다시 흠칫했다.
“그러면서 공부를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거야.”
그가 유쾌하게 웃었다. 나는 그의 손에서 책을 빼앗았다. 그러고는 그가 달달 외워야 한다고 했던 페이지를 펼쳤다.
“상완이두근?”
근육 명칭을 읊조리는 내 목소리가 훈련실을 바르르 울렸다. 그 떨림에 그의 눈동자도 엷게 움직였다.
“여기.”
그가 내 오른쪽 팔뚝 안쪽을 손으로 부드럽게 움켜쥐며 말했다. 제 몸을 가리킬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접촉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하지만 이미 새로운 시간에 눈을 뜬 나는 어떤 근육에 그의 손이 닿으면 좋을지 생각하며 해부도를 살폈다. 징그러운 해부도가 갑자기 로맨틱해진다.
“흉쇄유돌근.”
이번에는 그가 내 몸이 아닌 제 어깨 어딘가를 짚었다. 실망이다, 공무진. 나는 아랫입술을 말아 물며 미간을 모았다.
“외복사근.”
마주 앉은 그가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커다란 손이 내 허리선 위 옆구리를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나는 숨을 멈추고 배에 힘을 주었다. 그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웃었다.
좀 대범하게 가 볼까?
“대내전근.”
그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웃더니, 제 허벅지 안쪽을 가리킨다. 땡! 틀렸어, 공무진! 거기 아니야! 라고 말해 주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근육 위치는 정확했다. 다만 내 근육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목 널판근.”
나는 다소 딱딱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두어 명이 앉을 수 있는 거리만큼 떨어져 있던 그가 바짝 다가왔다.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그가 두 손으로 잡아서 어깨 뒤로 넘겼다.
그의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졌다. 귀밑 예민한 살갗에 그의 숨결이 닿는가 싶더니, 입술이 부드럽게 닿았다가 떨어진다.
나는 숨을 멈추고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여기.”
입술이 목 뒤쪽으로 조금 움직였다.
“머리 널판근.”
숨을 들이마실 수가 없다. 그의 숨결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견갑 거근.”
그는 목덜미에 입술을 묻은 채, 근육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여기는 구각하제근. 입꼬리내림근이라고도 불러”
그의 입술이 내 입술 바로 아래에 닿았다.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을 머금으려는데, 그가 내 목덜미를 움켜쥔 탓에 옴짝달싹하기가 어려웠다.
“소근. 입꼬리당김근이라고도 해.”
입술 끝을 당기는 근육에 입을 맞춘 그가 윗입술 바로 위를 혀로 핥았다.
“여긴 교근. 깨물근이라고도 하지.”
그러고는 윗입술을 부드럽게 빨아들였다.
“으응.”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혀를 내밀어 그의 아랫입술을 슬쩍 핥았다.
“이건 아마 혀 가로근.”
그가 내 혀에 제 혀를 맞대며 입술을 삼켜 물었다.
“으으음.”
목덜미를 부드럽게 주무르는 악력에 긴장감이 풀리고 몸이 노곤해지기 시작했다. 입안으로 밀려 들어온 혀는 뜨거웠다. 혀 돌기가 쓸리는 아찔한 감각에 숨이 벅차올랐다.
내가 그를 받아 내는 힘보다, 그가 나를 밀어내는 힘이 더 강했다. 상체가 점점 뒤로 기울었다. 근육 해부학 전공서가 가슴을 짓누르듯 했다. 가뜩이나 숨이 찬데, 너무 무거웠다. 책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자, 입술이 부드럽게 떨어졌다.
숨결이 섞일 만한 거리에서 그가 검게 물든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얼굴을 샅샅이 훑은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는 내 가슴을 가리고 있던 책을 옆으로 조용히 빼냈다. 얇은 반팔 티셔츠가 말려 올라갔다.
“흐으응. 복직근?”
신음하며 그의 손이 스치고 있는 근육 이름을 댔다. 그의 손은 납작한 배 위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그가 웃으며 뾰족한 콧날을 내 뺨에 비볐다. 달아오른 뺨 위로 부서지는 숨결에 눈이 저절로 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