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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8224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4-11-29
책 소개
목차
식빵 굽는 시간
1. 식빵/ 2. 브리오슈/ 3. 크루아상/ 4. 화이트케이크/ 5. 꽃잎/ 6. 창/ 7. 소보로빵/ 8. 소금/ 9. 편지/ 10. 외출/ 11. 사과파이/ 12. 흑백사진/ 13. 동물원/ 14. 크레이프/ 15. 낫/ 16. 다시, 식빵
가족의 기원
변명들/ 거짓말의 여운 속에서/ 식물의 눈/ 저녁의 지도
해설|가족의 ‘양막’을 찢어내고 홀로서기
염승숙(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당신. 이제 당신에게 식빵 이야기를 하고 싶어.
식빵은 모든 빵의 기초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식빵을 잘 만들면 다른 종류의 빵들도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해. 식빵은 다른 첨가물이 전혀 안 들어간 유럽풍의 정통 빵으로서 포근한 느낌이 그 특징이야. 자른 표면의 기포 구성이 자잘하고 크기가 일정해야 하며 껍질이 부드러우면서 부위별로 고른 색깔이 나야 잘 구워진 것이라고 할 수 있어. 다가오는 이 계절만 지나면 나는 꼭 서른 살이 되지. 더이상 어리지 않다는 거, 그건 참으로 말할 수 없이 야릇한 기분일 거야. (『식빵 굽는 시간』)
그 무렵의 어머니는 삶에 대해 그 어떤 미련도 없는 성싶어 보였다. 어머니와 나는 간혹 거실에서 마주치고는 하였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에게서는 내가 함부로 소리 내어 물어볼 수 없는 비장한 슬픔 같은 게 느껴지고는 했다. (…)
어머니는 몸속에 번지고 있는 암세포를 발견하기 이전부터 늘상 이곳이 아닌 저기 어디 먼 곳에 시선을 두는 시간이 많았다. 마치 자신의 모든 생生을 부정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올라가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가장 선명한 모습이다.(『식빵 굽는 시간』)
일 년 전 여름에 만났던 우리는 그해 여름에 헤어졌다. 스물일곱번째 여름이었고 나는 내년 여름이면 또 어떤 식으로든 지금과는 다르게 변해 있을 내 모습을 낯설게 상상하고 있었다. 사루비아꽃처럼 활활 타오르던 여름이었다.(『식빵 굽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