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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41608934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5-02-07
책 소개
목차
친밀한 사이 9
감사의 말 262
옮긴이의 말: 친밀 264
리뷰
책속에서
유창함은 극도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모든 종류의 통역 업무에서 기본에 지나지 않았기에, 나는 종종 내가 좋은 통역사가 된 것은 언어적 소질보다도 극도의 정확성을 추구하는 선천적인 성향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정확성은 법률적인 맥락에서는 더더욱 중요했다. 재판소에서 일한 지 일주일 만에 나는 그곳의 어휘가 구체적이면서도 난해한데다, 각 언어에 공식 용어가 정해져 있어서 팀에 속한 모든 통역사가 그것을 면밀히 따라야 함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하는 데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말들 아래에는, 두 개 또는 때로 그 이상의 언어들 사이에는 커다란 균열이 있어서, 그 틈이 경고 없이 열려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간극을 가로지르는 널판지를 놓는 것이 통역사로서 우리의 일이었다.
처음으로 통역사가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목소리가 차갑고 정확하고 완전히 억양이 없는 것으로 들릴 수 있지만, 오래 듣고 있을수록 더 많은 변주가 들릴 것이다. 농담이 말해졌다면 그 유머를 전달하거나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 통역사의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뭔가 빈정대는 어조로 말해졌을 때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을 내비치는 것이 중요했다. 언어적 정확성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통역이란 굉장히 미묘한 사안으로, 단어 하나에도 맥락이 여럿 붙었다.
모든 확실성은 예고 없이 무너질 수 있다. 아무도 또 아무것도 이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