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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밤

여덟 밤

안드레 애치먼 (지은이), 백지민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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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여덟 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4916390
· 쪽수 : 768쪽
· 출판일 : 2024-06-25

책 소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장편소설. 격렬하거나 소란스러운 사건을 보여주는 대신,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내면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탐구한다. 안드레 애치먼 특유의 섬세한 문장이 켜켜이 엮이며 전에 본 적 없는 우아한 연애소설로 완성되었다.

목차

첫 번째 밤
두 번째 밤
세 번째 밤
네 번째 밤
다섯 번째 밤
여섯 번째 밤
일곱 번째 밤
여덟 번째 밤

저자소개

안드레 애치먼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1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어를 쓰는 유대인 부모 밑에서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를 접하며 성장했다. 반유대주의를 비롯한 정치적 문제로 이집트를 떠나 뉴욕에 정착했다. 2007년 발표한 첫 소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람다 문학상을 수상했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세계에서 널리 사랑받았다. 《하버드 스퀘어》 《파인드 미》 《수수께끼 변주곡》 등의 장편소설과 논픽션 《폴스 페이퍼False Papers》 《알리바이》 등을 출간하며 전방위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뉴욕시립대학교에서 마르셀 프루스트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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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민 (옮긴이)    정보 더보기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학과 및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번역학과를 졸업한 뒤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위대한 개츠비』,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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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안녕, 나 오늘 밤 혼자 있고 싶지 않아요. 나 당신이랑 있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 친구들이랑. 당신 세상. 당신 집에서. 그리고 모두가 간 다음에도 머물고 싶어요. 당신처럼, 당신으로,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당신이 은신하고 있다고 할지언정, 내가 은신해 있듯이, 한스가 은신해 있듯이, 베릴과 롤로와 잉키와 이 도시의 다른 모든 이가 산 자든 죽은 자든 난파된 채, 하자가 있는 채, 원하는 채 은신, 은신, 은신해 있듯이, 당신과 단둘이서만 있어서 끝내 내가 당신 냄새가 나고, 당신처럼 생각하고, 당신처럼 말하고, 당신처럼 숨 쉬게 되고 싶어요.
나처럼 숨 쉰다고요? 진심이에요?
제가 분위기에 휩쓸렸네요.
길 한복판에서 나는 다시금 올려다보았고 너무도 많은 사람이 위층의 서리가 낀 유리창에 등을 기대면서 파티를 하는 실루엣을 알아보았다. 모두가 팔꿈치를 쭉 뻗고 있으니 각자들 손에 와인잔과 접시를 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의 뭐가 좋았는데요?”
“한동안은 모든 게요.”
“그러다가는요?”
“나는 그녀를 사랑하기를 멈췄어요. 멈추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걸 넘어 나는 그녀에게 귀 기울이고 싶지 않기 시작했고, 그러다 그녀를 만지고 싶지 않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웃음소리나 그녀가 집에 올 때 열쇠가 달가닥거리는 소리, 그녀가 한밤중에 깨어나 담배 한 대 피우러 거실로 들어가서 내가 불을 켜면 거슬린다고 했기 때문에 그녀가 거기 어둠 속에 앉아 있을 때의 슬리퍼 소리, 그녀가 침대로 돌아온다는 걸 뜻하던 텔레비전을 껐을 때 그 딸깍 소리에 이르기까지 싫어하기 시작했어요. 그건 끔찍했어요. 내가 끔찍했어요. 그래서 내가 그녀를 떠났어요.”


그러더니 그녀는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 그녀는 내 손을 가져가서 자기 뺨에 두었다. “좀 낫네요.” 그녀는 말했다. 마치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혹은 사이를 회복하려는 친구에게 말하는 듯한 말투로. 나는 내 손이 그녀의 뺨에 닿게 두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목을, 귀 바로 밑을, 그녀가 몇 시간 전 영화관에 왔을 때 내가 열렬히 키스한 곳을, 순간의 열기에 휩싸여 그녀가 대비하지 못한 채 허점을 찔렸을 것이 틀림없는 정확히 그곳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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