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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4916390
· 쪽수 : 768쪽
· 출판일 : 2024-06-25
책 소개
목차
첫 번째 밤
두 번째 밤
세 번째 밤
네 번째 밤
다섯 번째 밤
여섯 번째 밤
일곱 번째 밤
여덟 번째 밤
리뷰
책속에서
안녕, 나 오늘 밤 혼자 있고 싶지 않아요. 나 당신이랑 있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 친구들이랑. 당신 세상. 당신 집에서. 그리고 모두가 간 다음에도 머물고 싶어요. 당신처럼, 당신으로,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당신이 은신하고 있다고 할지언정, 내가 은신해 있듯이, 한스가 은신해 있듯이, 베릴과 롤로와 잉키와 이 도시의 다른 모든 이가 산 자든 죽은 자든 난파된 채, 하자가 있는 채, 원하는 채 은신, 은신, 은신해 있듯이, 당신과 단둘이서만 있어서 끝내 내가 당신 냄새가 나고, 당신처럼 생각하고, 당신처럼 말하고, 당신처럼 숨 쉬게 되고 싶어요.
나처럼 숨 쉰다고요? 진심이에요?
제가 분위기에 휩쓸렸네요.
길 한복판에서 나는 다시금 올려다보았고 너무도 많은 사람이 위층의 서리가 낀 유리창에 등을 기대면서 파티를 하는 실루엣을 알아보았다. 모두가 팔꿈치를 쭉 뻗고 있으니 각자들 손에 와인잔과 접시를 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의 뭐가 좋았는데요?”
“한동안은 모든 게요.”
“그러다가는요?”
“나는 그녀를 사랑하기를 멈췄어요. 멈추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걸 넘어 나는 그녀에게 귀 기울이고 싶지 않기 시작했고, 그러다 그녀를 만지고 싶지 않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웃음소리나 그녀가 집에 올 때 열쇠가 달가닥거리는 소리, 그녀가 한밤중에 깨어나 담배 한 대 피우러 거실로 들어가서 내가 불을 켜면 거슬린다고 했기 때문에 그녀가 거기 어둠 속에 앉아 있을 때의 슬리퍼 소리, 그녀가 침대로 돌아온다는 걸 뜻하던 텔레비전을 껐을 때 그 딸깍 소리에 이르기까지 싫어하기 시작했어요. 그건 끔찍했어요. 내가 끔찍했어요. 그래서 내가 그녀를 떠났어요.”
그러더니 그녀는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 그녀는 내 손을 가져가서 자기 뺨에 두었다. “좀 낫네요.” 그녀는 말했다. 마치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혹은 사이를 회복하려는 친구에게 말하는 듯한 말투로. 나는 내 손이 그녀의 뺨에 닿게 두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목을, 귀 바로 밑을, 그녀가 몇 시간 전 영화관에 왔을 때 내가 열렬히 키스한 곳을, 순간의 열기에 휩싸여 그녀가 대비하지 못한 채 허점을 찔렸을 것이 틀림없는 정확히 그곳을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