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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41610272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5-10-28
책 소개
목차
탐정, 수정 - 009
탐정, 지목 - 059
탐정, 도서 - 139
탐정, 제시 - 209
탐정, 서술 - 257
작가 후기 - 309
추천의 글 - 313
저자소개
책속에서
“난 탐정 노릇은 하지 않겠어.”
유성을 등지고 선 수정의 뒷모습은 단호했다.
“하지만 널 봐주는 것도 이 정도까지야. 이찬진은 이번 일로 법적 처벌을 받진 않겠지. 그러니까 그냥 지나가겠지만……”
‘만약 네가 누군가의 인생을 진정으로 망가뜨리게 된다면.’
그리고 유성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수정 자신만 알게 된다면.
“……그땐 봐주지 않아.”
‘나는 탐정이 되어야 한다.’
수정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작업하던 한글 파일을 열었다. 탐정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첫 장면에서부터 ‘이 사건은 밀실 범죄입니다’ 같은 소리를 떠들고 있었다.
수정의 등뒤에서 시작된 꾸며낸 듯한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멀어졌다.
경찰이 오기 전에 펜션 주변을 좀 살펴보고 싶은데……”
유성이 조심스레 꺼낸 말에 동현이 마른세수하던 것을 멈추고 물었다.
“왜, 왜?”
“재언이 짐이 어질러진 걸 보니 강도인 것 같아요. 어쩌면 강도가 도망친 지 얼마 안 됐거나, 뭔가 흔적을 남겼을지도 모르니까 최대한 살펴보고 싶어요. 너무 돌아다니다가 증거가 없어져도 곤란하니까, 한 명 정도만 동행을……”
“내가 가지.”
늘 상대방이 건넨 말로부터 시차를 조금 두고 말하곤 하는 수정이 재빠르게 답하는 바람에 모두가 멍해졌다. 그런데도 동행하겠다는 수정의 언행은 어쩐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추리소설에 익숙한 사인도 부원 두 사람은 그들이 탐정과 조수 같다고 무심코 생각해버렸다. 하지만…… 다함께 계단을 내려가면서 예진은 고개를 내저었다.
‘두 사람은 탐정과 조수 같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유성이 조수처럼 느껴지네.’
사인도와 인회의 합동 MT. 칼에 찔려 죽은 사람. 그리고 범인이 지인이었던 일까지. 분명 그날의 탐정은 한유성이었다. 수정과 함께 현장을 조사했고 사건 며칠 후 유성은 경찰에게 신고한다는 형태로 자신의 추리를 이야기했다. 사후 처리에 대해서 예진은 알음알음 전해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피해자가 탐정이란 말인가.
“안 죽었어.”
나직한 목소리에 예진의 정신이 퍼뜩 현실로 돌아왔다. 어느새 수정은 쓰러진 유성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유성의 손목 쪽에 있던 수정의 손이 원래 위치로 돌아가고 있었다. 새카만 눈이 보통 때처럼 무감한 색으로 돌아왔다. 마른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래도 구급차는 불러줘. 기절한 것 같으니까.”
기절? 심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채 예진은 휴대폰을 꺼내며 쓰러진 유성에게 힐끗 시선을 주었다. 얼굴을 다시 보니 혈색도 있고 가슴팍도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구나, 기절한 거구나.’
잠깐 안도했던 예진은 곧 갸웃거렸다.
‘하지만, 왜?’
제대로 된 의문도 떠올리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허둥대기만 했다. 예진은 새삼 자신은 탐정이 될 수 없음을 통감하며 119에 전화를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