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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비평
· ISBN : 9791141691196
· 쪽수 : 492쪽
· 출판일 : 2026-10-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그때 있음
I. 케노시스
1 봄의 겪음, 혹은 눈의 자기-비움
2 탈창조: 로셀리니와 시몬 베유
3 기관 없는 아름다움: 인류세 미학서설
4 시대횡단의 불/가능성: 한강의 『채식주의자』
5 무해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코나투스 리얼리즘을 넘어서
II. 종말
6 어쩔 수 없음의 어쩔 수 없음: 박찬욱의 서바이벌리스트 디스토피아
7 미래의 악마적 힘: 구로사와 아키라와 벨라 타르의 종말론
8 방사능 폐기물에도 불성이 있는가?: 드라마 <체르노빌>
9 안티-코나투스: 종말론의 재구성
III. 전쟁기계들
10 청년 여성 프레카리아트의 얼굴: 이자혜의 <미지의 세계>
11 변신극장: 김범의 사유법
12 전쟁기계 혹은 기괴천사: 양혜규 월드
13 건축학적 백골관: SoA(강예린, 이지훈)의 미래 아키텍처
14 우리가 미래를 보는 눈으로 미래는 우리를 본다: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
15 존재에서 사건을 보는 눈: 박신용의 사진들
16 시대를 횡단하는 민중: 브뤼노 라투르와 미클로시 얀초
에필로그: 빛의 머묾
출처
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대횡단의 핵심은 그 특유의 이동성에 있다. 그것은 사회적, 계급적, 공간적 이동이 아니라, 시대와 시대를 가로지르는 시간적 이동이다. 횡단은 단순한 이행이나 적응, 또는 정해진 길을 성공적으로 따라가는 여정이 아니다. 그것은 경계선에 구멍을 뚫어 출구를 내는 일이다. 방해와 저항과 마찰을 넘어서야 하며, 방황이나 길 잃음으로부터 면제되어 있지 않다. 횡단이 이뤄지는 장소는 사막처럼 광활하고, 방향이 없으며, 황량하다.
케노시스는 신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 초월의 하느님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가는 것”이다. 자기의 바깥에 존재하는 배고픈 자, 헐벗은 자, 불행한 자와 같은 높이로 떨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초월, 해방, 신성, 구원이나 영생이 아니라 타자들의 비참에 동참하는 것이다. 여기에 시몬 베유 영성의 정치적 파괴력이 있다.
자기를 비운다는 것은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많은 경우 그것은 폭력적으로 도래하는 박탈, 박해, 불행, 상처, 상실, 트라우마의 결과로 주어진다. 비움이 아닌 ‘비워짐’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기독교 신학에서 케노시스의 가장 중요한 자리가 십자가인 것은 그 때문이다. 영혼의 가장 깊은 중심에 박히는 차가운 금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