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42303791
· 쪽수 : 404쪽
· 출판일 : 2024-12-23
책 소개
목차
1장 보내는 사람의 뒷모습
2장 내가 사랑하고 싶었던 남자
3장 겨자씨
4장 당신을 위한 의자
5장 한 줌의 모래
리뷰
책속에서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나는 원래도 짧았던 머리를 버즈 커트로 더 짧게 밀어 버렸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진 세버그가 한 아주 짧은 커트 머리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곧장 미용실로 달려갔었다. 여름방학 중 저지른 일탈이랄까? 머리 위쪽만 3센티미터 정도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싹 밀었다. 흑발이 만든 그러데이션은 완벽했고, 거울 속 나는 내가 봐도 반할 만큼 멋있어서 그야말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방학이 끝나고 의기양양하게 학교에 갔을 때는 반 친구들, 동아리 부원들 할 것 없이 모두가 “나는 마나가 원래 잘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했다니까”, “배구부 왕자님 탄생”이라며 추켜세웠고, 배구부 고문도 “네 덕분에 부원들 사기가 올랐어. 다들 네 의욕에 자극받은 모양이다”라며 기뻐하셨다.
“나쓰메에게는 나쓰메만의 전쟁이 있고 거기서 같이 싸워 줄 사람은 아무도… 적어도 우리는 아니었습니다. 전쟁터에서 억지로 끌어낼 수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건 본인이 원하는 바가 아니고, 나쓰메는 그런다고 고마워할 사람도 아니죠. 우리는 나쓰메가 싸우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 줄 수밖에 없었어요.”
손에 쥐고 있던 캔이 와작 소리를 내며 우그러졌다. 나쓰메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소설에 관해 이야기할 때 다른 감정이 모두 사라지고 절망만 남아 있던 얼굴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