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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43001641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5-04-25
책 소개
조선을 뒤흔들었던 박효랑의 파묘 사건을 소설로 다시 읽는다
18세기 대구 지역에서 발생했던 죽산 박씨 가문의 산송 사건을 소재로 한 전(傳) 작품을 한곳에 모았다. 이른바 ‘박효랑 사건’은 박문랑(朴文娘) 집안의 선산에 한 세력가가 자기 조상의 묘를 무단으로 이장해 온 데에서 비롯한다. 선산을 부당하게 빼앗긴 문랑의 아버지는 곧장 관청에 호소했지만 권세가와의 소송은 무력한 패배로 끝이 난다. 이 과정에서 문랑의 아버지가 판결을 담당하던 관찰사의 불공정을 의심해 내지른 말이 괘씸죄가 되는 바람에 곤장을 맞고 사망한다. 이에 큰딸이 선산으로 뛰어가 상대 집안의 묘를 파헤쳐 도발하고는 결국 그들의 칼에 죽는다. 아버지와 형제를 원통하게 잃은 남은 자식들이 뒤이어 분투하지만 끝내 사건의 시비를 명백하게 가리지 못했으며, 십수 년 이후에 문랑이 정려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수십 년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박효랑 사건은 그와 관련된 여러 기록이 저마다 곡진한 이야기의 형태로 전하며 널리 읽혔다. 이 책에는 그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임상정의 〈박효랑전〉, 남유용의 〈효자박씨전〉, 안석경의 〈박효랑전〉과 당시 사건을 담당한 판관 이의현이 남긴 회고록 〈도협총설〉을 수록했다. 네 명의 기록자가 남긴 글을 통해 같은 사건이 기록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인식되고 기억되는지 추적한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로서의 생명력을 얻은 이들 작품은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마치 하나의 역사 스릴러를 읽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할 것이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영화 〈파묘(破墓)〉(2024)는 ‘묘를 파헤치다’라는 제목부터 이미 묏자리 명당에 관련한 작품임을 선언한다. 걸출한 재벌가일수록 대대로 명당에 집착해 왔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예상보다도 더욱 전면적으로 음양오행이나 풍수지리 같은,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요소라 할 것들을 반복해 다룬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사상 기념비적 흥행 기록을 수립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곱씹어 볼 일이다. 21세기 대중이 묏자리를 통해 좌우되는 운명론적 서사에 이토록 열렬하게 반응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조선 문인들의 손끝에서 변주되는 박효랑 이야기들을 따라가면서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목차
옮긴이 서문
박효랑전(朴孝娘傳) / 임상정
효자박씨전(孝子朴氏傳) / 남유용
박효랑전(朴孝娘傳) / 안석경
도협총설(陶峽叢說) / 이의현
원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저자소개
책속에서
문랑이 흐느끼며 노비들에게,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이니 기꺼이 나를 따르겠느냐?”
하니 모두 울면서,
“따르겠습니다.”
대답했다.
이에 집안의 호미와 쟁기 등의 농기구를 모두 모아서 노비들에게 주어 무기로 삼았다. 문랑이 큰 도끼를 쥐고 하늘을 향해 한 번 크게 소리치고 나서자 노비들이 모두 뒤따르며 누구 하나 뒤처지는 자가 없었다.
마침내 산으로 달려가 박 현감 아버지의 무덤을 내리찍어 댔다. 무기가 부러지면 맨손으로 손가락이 다 떨어져 나갈 때까지 파냈다. 문랑을 따라온 노비들이 모두 그 관을 쪼개고 시신을 들어내서 그것을 불살라 버리니, 묘지기가 두려워하며 감히 다퉈 보지도 못하고 뛰쳐 가 박 현감에게 알렸다.
- 남유용, <효자박씨전>
관찰사가 성산수령과 나란히 앉아 관을 열어 보니 옷과 치마는 이미 썩어서 검었다. 그러나 비위를 상하게 할 만한 냄새는 그다지 어지럽지 않았다. 신체와 얼굴이 적잖이 변했음에도 피가 난 상처가 붉었고 다섯 군데의 흔적이 과연 분명했다. 관찰사가 기이함에 탄식하더니 마침내 옥안을 바로잡아 상소를 올렸다.
그럼에도 경여가 끝내 처벌되지 않자, 세 남도와 경기도의 유생 7천여 명이 상소(上疏)로 청하기를, 박씨를 정려하고 경여의 죄를 바로잡아 달라 했다. 임금께서 해당 관청에 자세히 처리하라 명해 효랑은 정려되었으나 경여는 끝내 처벌되지 않았다.
- 안석경, <박효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