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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론/비평
· ISBN : 9791143015020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6-01-20
책 소개
이 책이 출간된 1916년은 D. W. 그리피스 감독의 〈인톨러런스(Intolerance)〉가 개봉된 해이기도 하다. 상영 시간 세 시간 반의 이 대작 역사 영화는 당시 영화가 이미 서사 및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초기 영화의 단순한 볼거리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음을 보여 준다. 이즈음 영화계 역시 더 넓은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동자와 하층민은 물론 상류층도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영화를 자리매김시키고자 했다. 뮌스터베르크의 《영화. 심리학적 연구》는 이런 시대적 배경 아래에서 시의적절하게 출간되었다.
저자 후고 뮌스터베르크는 응용심리학의 창시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 분야는 심리학을 활용해서 기업과 사회에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그는 전화 교환원과 전차 운전사 선발에 필요한 직업 적성 검사를 개발한 것으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원래 연극으로 대표되는 고급문화의 옹호자였던 뮌스터베르크가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14년부터다. 의식적으로 외면하던 영화를 관심 영역으로 받아들인 그는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영화의 기술적, 미학적 발전을 추적하고, 영화의 특징과 가능성을 심리학적 관점과 미학적 관점에서 규명했다.
책이 출간되고 불과 8개월 후 뮌스터베르크가 사망하며 잊힌 것이나 다름없었던 이 책은 1970년대 들어 영화학이 학제화되며 재발견되었다. 이후 많은 영화학자가 이 책에 “최초의 영화 이론서”라는 명칭을 부여했으며, 이제 영화 이론을 다루는 서적에서 뮌스터베르크의 이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었다.
책의 구성
이 책은 도입부에서 먼저 영화의 외적, 내적 발전의 과정을 정리한다. 먼저 영화의 외적 발전과 관련해 영상의 촬영과 영사를 가능하게 만든 주요 발명과 실험의 역사를 요약한다. 1820년대부터 시작하는 그의 영화 기술사(技術史)는 로제, 슈탐퍼, 플라토, 마이브리지, 마레, 안쉬츠, 이스트먼, 에디슨을 거쳐 1895년의 폴과 뤼미에르에 이른다. 영화의 내적 발전에 대해서는 30초짜리 짧은 영상에서 장편 영화로 발전하면서 생긴 영화의 내용적 변화, 다시 말해 긴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내러티브 영화로의 진화 과정을 다룬다. 여기서 저자는 연극의 저렴한 대체물로 등장한 극영화가 빠른 이야기 전개와 장면 전환, 몽타주, 패스트 모션, 스톱 모션, 클로즈업 등 연극에서는 불가능한 기법을 사용하면서 독자적인 예술로서의 면모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이어지는 1부 〈영화의 심리학〉에서는 영화가 관객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호소력을 갖는 수단, 즉 정신적, 심리적 수단에 대해 설명한다. 〈깊이와 운동〉, 〈주의〉, 〈기억과 상상〉, 〈감정〉의 순서로 영상이 관객에게 불러일으키는 심리 및 정신 과정을 낮은 단계부터 높은 단계까지 차례로 해설했다.
2부 〈영화의 미학〉에서는 영화가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로서 가지고 있는 미학적 특징을 밝힌다. 논의의 바탕에는 연극과의 비교, 대조를 통한 영화의 차별화가 있다. 당시 많은 지식인들은 영화를 ‘영상으로 찍은 연극’이라고 평가하며 대중오락인 영화는 고급 예술인 연극에 미치지 못하는 아류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뮌스터베르크는 영화를 연극, 회화, 음악 등 기존 예술과 비교하면서, 영화가 이런 예술과 본질적 특성을 공유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미적 규칙을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
현재에도 유효한 영화에 대한 심리학적·미학적 고찰
뮌스터베르크는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가 관객이 하나의 가상 세계를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정신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영화와 관련해 깊이와 운동, 주의, 기억과 상상, 감정을 다룬 부분은 매체로서의 영상이 어떻게 관객의 마음과 상호작용하는지에 관한 연구로서 지금까지 그 시사성을 잃지 않고 있다. 가현 현상 외에도 자발적 주의와 비자발적 주의의 구분, 공감과 감정적 반응에서의 평가의 차이, 3차원 영상의 원리에 대한 설명 등은 여전히 영화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매체로서 영화에 대한 뮌스터베르크의 논의에서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의 몽타주 이론, 장루이 보드리의 장치 이론, 크리스티앙 메츠의 정신분석학적 접근 등과의 연결고리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영화가 관객의 마음, 정신 활동의 산물이라는 견해 역시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된 인지주의적 영화 이론과 맥락을 같이한다. 현실로부터 분리되고 그 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영화를 이상으로 삼는 뮌스터베르크의 규범적 영화 미학은 이후 영화의 발전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지금도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고전적 스타일의 대중 영화를 이해하는 데 그의 미학적 고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목차
도입
제1장 영화의 외적 발전
제2장 영화의 내적 발전
1부 영화의 심리학
제3장 깊이와 운동
제4장 주의
제5장 기억과 상상
제6장 감정
2부 영화의 미학
제7장 예술의 목적
제8장 다양한 예술의 수단
제9장 영화의 수단
제10장 영화의 요구
제11장 영화의 기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이제 한 배우가 수천 명의 관객을 동시에 즐겁게 할 수 있고, 하나의 무대만으로 수백만 명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연극은 민주화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주머니 사정으로도 가장 위대한 예술가를 볼 수 있고, 모든 마을에 무대를 설치할 수 있고, 진정한 연극 공연의 기쁨을 이 땅의 가장 먼 구석까지 퍼뜨릴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미학에서 무시되었던 영화가 완전히 새로운 정신적 삶의 조건 아래에서 독자적인 예술로 분류될 수 있는 권리를 연구하고자 한다. 이 연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명백하다. 첫째, 영화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호소력을 갖는 수단에 대한 통찰이다. 물리적 도구와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정신적 수단이 논의의 대상이다. 우리가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할 때 어떤 심리적 요소들이 관여하는가? 하지만 둘째로 우리는 예술의 독립성을 특징짓는 것이 무엇이고, 특별한 예술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조건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아야 한다. 첫째 질문은 심리학적이고 둘째 질문은 미학적이다. 둘은 아주 밀접하게 서로를 포함한다. 먼저 영화의 심리적 측면을, 그 후에 예술적 측면을 다룬다.
영화에서 운동을 보는 것과 실제 무대에서 운동을 보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배우들이 움직이는 무대를 바라보는 눈은 실제로 연속적인 인상을 받는다. 각 위치는 아무런 중단 없이 다음 위치로 넘어간다. 관객은 외부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가 보는 전체 운동은 그의 눈과는 독립적으로 실제로 외부 공간 세계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영화 세계를 마주했을 때 관객이 보는 운동은 진짜 운동 같지만, 그것은 그의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연속되는 사진의 잔상은 지속적인 외부 자극을 대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필수적인 조건은 개별 단계를 연결된 행동의 표상으로 통합하는 내적 심리 활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