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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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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몰입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7415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6-11-24

책 소개

동아 x 카카오 페이지 공모전 특별상 수상작. 링고 장편소설. 어머니의 완강한 고집에 못 이겨 선을 보게 된 미도. 하지만 미도의 마음속엔 오래된 짝사랑, 서욱이 있었는데….

목차

1. 서욱 오빠
2. 첫 번째 혹은 마지막 욕망
3. 욕망의 대가
4. 혼란과 몰입
5. 분노와 불안
6. 믿음과 이별
7. 다시, 몰입
8. 마녀님의 에버 애프터

책속에서

“김윤호입니다. 서미도 씨 되시나요?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둘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서버가 내미는 메뉴판을 테이블 위에 두고 미도는 잠시 망설였다. 5분 안에 거절하고 자리를 떠야 했다. 그러나 막상 남자 앞에 앉자 그러기가 쉽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무례해 보일 게 뻔했다. 남에게 그렇게 쉽게 매몰차게 대하는 편이 아니어서 서욱의 말대로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미도는 갈등에 휩싸였다. 엄마가 마구 화내면서 비꼬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게다가 남자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 듯 보였다.
“커피 싫으시면 천천히 골라 보시죠. 괜찮습니다.”
미도가 아직 음료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듯, 기다려 주는 눈웃음이 선했다. 눈 속에 미도를 향한 호의가 가득했다. 미도가 계속 머뭇거리자 그는 친절하게 물었다.
“마음에 드는 게 없으시면 나갈까요? 제가 요 근처에 괜찮은 식당을 아는데요.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점심이라도 드시는 게 어떨까 싶군요.”
그는 미도에게 호의를 품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럴수록 좌불안석. 서욱이 준 5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죄송합니다. 잠깐 실례할게요.”
결국 미도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잠깐 피하고 말았다.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 줄 알까 봐 황급하게 달아날 수도 없었다. 최대한 여유 있는 척 걸었지만 마음은 조급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복도를 돌면서 미도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까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깔린 복도 앞을 도는 순간, 누군가 미도의 팔을 휙 낚아챘다. 서욱이었다. 화들짝 놀란 미도가 서욱의 가슴을 쳤다.
“놀랐잖아!”
“얘기 끝났어?”
서욱은 미도의 책망은 본 체 만 체 자기 용건만 물었다. 미도는 난처해져서 고개를 수그렸다. 컬을 넣은 머리카락이 살랑 아래로 떨어졌다. 그 머리카락을 서욱이 귀 뒤로 넘겨 주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행동인데 미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릴 때부터 그 정도의 스킨십은 예사였는데도 지금은 사뭇 달랐다.
‘홧김에라도 고백하는 게 아니었어.’
미도의 마음속에 후회가 가득 찼다. 그러나 서욱은 미도의 감정은 헤아리지 않았다. 다만 미도의 눈을 들여다보았을 뿐. 미도는 서욱이 지난번처럼 까칠하게 굴지도 몰라 잔뜩 긴장하고 말았다. 그러나 서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명령하지도 않았다. 그저 미도를 막다른 벽으로 밀쳐 움직이지 못하게 품에 가두었을 뿐.
“오, 오빠. 누가 오기라도 하면.”
미도는 난처해졌다. 누군가 지나가다 보기라도 하면 조금은 난처할 자세였다. 게다가 서욱의 품이 주는 위압감은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서욱은 아무런 표정도,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미도를 쳐다보며 아주 간결하게 물었을 뿐.
“못 하겠어?”
단도직입적으로 찔러 들어오는 서욱의 물음. 미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서욱을 애원하듯 쳐다보았지만 그는 계속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미도는 난생처음으로 서욱의 몸이 탄탄한 남자의 몸임을 깨닫고 말았다. 대답하지 않으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굴레였다.
결국 미도는 고개를 슬며시 끄덕이고 말았다.
“저기…… 오늘은 차만 마시고 헤어질게. 집에 가서 엄마 통해서 거절하면 안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무례하게는 못 하겠어.”
서욱은 미도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숨을 길게 내쉬며 한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다른 손은 미도를 여전히 가두고 있는 상태였다. 서욱의 무표정한 얼굴과 한숨, 머리를 쓸어 올리는 손끝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솟아 나와 미도를 휩쌌다. 미도는 순간적으로 폭발할 것 같은 공기 때문에 숨을 멈추었다. 곧 무시무시하게 화를 낼 것 같은 서욱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그러나 서욱은 화를 내지 않았다. 적어도 미도가 아는 방식으로는. 대신 그는 벌을 주듯 미도의 입술을 짓이겼다. 차갑고 메마른 입술로. 어떤 의미에서는 미도의 기대에 어긋난 행동이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곧바로 형벌처럼 미도의 입술을 짓누르고 빨았다.
“읍.”
미도는 너무 놀랐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서욱의 방식이 아니었다. 맞선을 나가지 못하게 했을 때도 서욱은 까칠하게 굴었을 뿐, 이런 식으로 노골적이고 원색적으로 분노를 터뜨리지 않았다. 미도가 아는 한, 이건 마치 음험하기까지 한, 반칙과도 같은 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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