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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20637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3-06-2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백로와 까마귀
1. 돌고 돌아 어느 날엔.
2. 폭탄을 안고.
3. 말리는 기분
4. 누구나 한 번쯤은!
5. 헛발을 디딘 이 기분은?
6. 악마의 마수
7. 쉽지 않을걸!
8. 끝, 새로운 시작.
9. 보통의 연애
10. 우리 사이의 거리
11. 너였으면 좋겠어.
12. 함께하기 위한 조건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정이 벌겋게 핏대 선 눈동자로 바로 앞자리에서 와구와구 밥을 먹어대는 기서를 씹어 삼킬 듯이 노려봤다.
‘지 팔이 부러졌는데, 왜 우리 집서 사느냐고! 그것도 뭐? 1년? 합의의 대가?’
그럼 그 말을 고스란히 믿고 미안해하면서 받아들인 부모님은 대체 또 뭔가? 세상 모든 것이 미쳐 버리도록 사람을 열 받게 만들고 있었다. 하정은 신경질적으로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그러자 밥을 그릇째로 퍼서 입 안에 넣은 사람처럼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기서가 쳐다보지도 않고 싸늘하게 내뱉었다.
“앉아라.”
순간 하정과 하국, 하정의 부모님까지 젓가락질을 딱 멈추고 얼음이 되었다. 하정이 분노로 터질 듯한 눈동자로 기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야! 여기 우리 집이거든!”
“그런데?”
갑자기 기서가 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부모님을 향해 기품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
“어머님, 아버님, 우리 하정이가 저렇게 밥도 다 안 먹고 남기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이죠? 게다가 오빠한테 ‘야’라고 내지르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웠을까요? 우리 어머님, 아버님이 그리 가르친 건 아닐 텐데요.”
저런, 극악무도한! 아니나 다를까, 모친이 난처한 얼굴로 하정을 바라보며 말렸다.
“하정아! 얼른 앉아 마저 다 먹어라. 그리고 오빠한테 ‘야’가 뭐니? ‘야’가!”
“그래, 얼른 사과해라. 우리가 언제 너를 그렇게 키웠니?”
부부가 쌍으로 하정을 나무랐다. 하정의 독기 서린 눈동자가 기서에게 꽂혔다. 팔을 부러트린 일은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일이었지만, 저놈 하는 짓을 보니 사과는 웬 말, 욕지거리를 한 포대로 누적시켜 냅다 뿌려주고 싶어졌다.
하정이 부모와는 말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주저앉았다. 저절로 비난의 화살은 하국에게 꽂혔다. 마르고 작은 하국은 키 크고 단단한 체구의 기서에게 밥 같은 존재였다. 한 마디로 부하 신세였다.
그러니 저놈 하자는 대로 다 하는 게 아닌가. 그런 걸 두고 혹자는 착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자존심이 없는 거다.
하정은 다시 젓가락을 들고 밥알을 헤아려 보기 시작했다. 인내심을 돌탑 쌓듯 쌓아 올리면서. 애초에 저놈과 같은 중학교에 가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기서는 아침에 밥은 어떻게 하니?”
“주로 혼자 먹어요.”
모친의 물음에 기서가 거리낌 없이 툭 내뱉었다.
“왜 혼자 먹어? 사촌형 내외는?”
기서는 지금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데, 기서의 가족이 아니라 사촌형 댁에 빌붙어 사는 신세였다.
“일찌감치 일들 나가고 없어요. 애들은 전부 해외 유학 가 있으니까. 어쩌다 보니 늘 혼자 먹어요.”
“어쩜, 가여워서……. 그래, 팔이 그러니까 당분간은 우리 집에서 같이 식사하는 게 낫겠다. 밥 먹을 때 혼자 먹는 거 고역이잖니.”
“별로…….”
가슴이 답답해지고 코끝이 매워진 기서는 괜히 강한 척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 집에 온 지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집 안에 감도는 생기가 너무도 좋았다.
살아 숨 쉬는 듯한 발랄함과 따스함이 햇살처럼 집 안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특히 모친의 음식 솜씨는 일류였다.
하지만 이 집의 밥맛은 어쩐지 달달했다. 집안 자체의 분위기와 소탈한 대화, 그리고 애정 가득한 눈빛의 교류가 밥맛을 더 좋게 하는 모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