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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문화
· ISBN : 9791155310250
· 쪽수 : 383쪽
· 출판일 : 2013-11-08
책 소개
목차
편집자의 말_삶이라는 바다를 표류해온 ‘웃는 여자들’
추천의 글_그 여자들의 목소리가 돌아오고 있다 | 김영옥
추천의 글_말해준 사람도 들어준 사람도 다 고맙다 | 김진숙
머리말
김미숙
김복례
안완철
연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세 여성 노인의 생애사는 ‘口述史’라기보다 ‘口述辭’다. ‘史’를 둘러싸고 사실 관계와 객관성을 시비할 수 있지만, ‘辭’는 주관성이 재료이자 힘이며, 인지와 기억이 왜곡될 가능성도 전제한다. 부분성과 주관성은 기록되지 않은 서사敍事, narrative들의 진실이자 실재다.
그때 여자들 스무 살까지 시집을 안가면 ‘덴시따이’라구, 그래 그 정신대. 그거에 뽑혀나가니까 허겁지겁 시집들을 보낸 거야. 나도 곧 그 나이가 되는 거지. 그래서 덴시따이 뽑혀갈까봐 겁이 나 가지고, 허겁지겁 시집을 보낸 거야. 열여덟 때야. 아무리 급해도 혼인이니까 골라서 간다고 간 게, 시골로 갔어. 평양서 오십 리 정도 들어가는 시골이야. 외아들에 시어미만 있는 간단한 집으로, 골라 골라 보낸 거지. 내가 성격이 좀 쎄고 안 차분하니깐, 시집살이 안 할 거 같은 편한 집으로 고른 거지.
댄스홀 나가면서랑 미군들이랑 살면서, 애를 수도 없이 떼었어. 낳은 적은 없어. 생긴 거 같으면 병원 가서 진찰해서 떼구, 떼구 그랬지. 하나 있는 아들 키우기도 그렇게 힘든데, 아닌 말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어떻게 애를 또 낳냐구? 더구나 혼혈아를. 살림하는 미군한테 말도 안 하고 혼자 가서 뗐어. 하긴 결혼할 작정한 그 싸진하고는 애를 낳을 생각을 했어. 근데 그 사람이 원래 자식이 둘 있어서 그런가, 좀 피하더라구. 같이 산 게 길지 않아서 그런가, 안 생겼어. 뱃속에서 죽은 것들한테야 그것도 생명인데 생각하면 불쌍하다 싶지만, 길게 보면 안 낳는 게 훨씬 나은 거지. 난 좀, 거기 여자들로는 나이가 든 축이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