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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5780534
· 쪽수 : 265쪽
· 출판일 : 2015-03-25
책 소개
목차
prologue 다시 사랑을 배우다
01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여자들
생(生)의 나침반이 되어 준 ‘엄마’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일본
조금 유별난 아이들
노스캐롤라이나 음악원, 한국인 1호 유학생
시대적 아픔, 부마민주항쟁
02 사람 사이에 희망이 있다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
공포의 88서울올림픽
러시아 무대에서 스타가 되다
이상한 투서와 경남대학교 교수 제안
북한 사람의 유혹
03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러시아의 거장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가 되다
한.중.일 피아니스트 외교관
오구라 가즈오 전 주한 일본 대사와의 인연
만인의 연인(戀人)
04 열매는 시련을 통해 단단해진다
암이라니 죽는 거야?
능소화가 피고 질 때
산토리홀 무대에 다시 오르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
암을 통해 얻은 제 2의 삶
우정이라는 소중한 말
05 사랑으로 피어난 꽃
깊고, 넓고, 큰 사랑
결혼 그리고 짝사랑
내 마음 속 소나무, 김종필 총재
가고파 남쪽나라
가깝고도 먼 당신
Photo Book
Epilogue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금까지 나는 내 자신이 꽤 ‘강한 여자’인 줄 알았다. 원래 낙천적이고, 부드러우면서, 때로 당차고 대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암실을 처음 방문했던 날, 강한 여자 따위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날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배에 맞는 주사도 끔찍하게 아팠지만, 뼈와 가죽만 남은 채 힘없이 주사바늘에만 의존하면서 소리 없이 절규하고 있는 어린아이부터 노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육체적인 고통 그 이상이었다.
내 경우 아주 어린 시절, 제대로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도레미부터 배웠고 피아노를 장난감 삼아 놀았다. 한 곡을 배우고 암기까지 하기 위해서는 같은 멜로디의 음을 몇 천, 아니 몇 만 번 이상 반복 연습해야 한다. 대부분 사춘기가 되면 감정이 음악에 묻어나기 시작하는데, 이쯤 되면 음악에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알게 된다. 그리고 대개 이 시기에 피아노를 멀리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맥신 선생님은 당시 주목을 받고 있지 않았던 모차르트의 작품을 나에게 계속 가르쳤다. 선생님만의 신기한 비밀 테크닉을 전수해줬다. 우선 나는 마치 물오징어, 혹은 바다 속에 사는 물고기나 식물처럼 손목을 유연하게 만드는 연습을 해야 했다. 유연한 손목을 통해서만 손이 큰 사람보다 훨씬 빨리 다음 음을 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이 테크닉을 ‘물오징어 테크닉’이라 불렀다. 그리고 두 팔은 마치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의 날개가 되어야 했다. 한방에서 침(針)을 놓듯이, 한 음 한 음에 정성을 담아 온 몸에서 나오는 소리를 만들어야 했다. 나는 이 테크닉을 ‘바늘 테크닉’이라고 했다. 이 테크닉을 끊임없이 연습하다 보니 내 손가락 끝에는 열 개의 크고 작고 굳은살이 배고, 까만 점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 소리는 전보다 훨씬 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