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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020226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13-12-01
책 소개
목차
005. ............ 프롤로그
010 ............ 축하합니다!
Chapter 1 - ‘지구’라는 별을 함께 여행하는 부부
018 ............ 그 모든 여행은 당신이 있기에 아름답습니다
대한민국 부부 배낭여행가 제1호 / 인생의 반려자, 여행의 동반자 / 늙은 부부 짐 꾸리던 날 / 나는 짐 꾸리기 선수! /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하여 / 2Hyuns’ Travel Club을 이끄는 부부 이야기 / 아내와 함께 쓴 해외여행기
047 ............ 기억에 남는 인터뷰
CBS 라디오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 월간 여행지 Travie의 ‘부부가 함께여서 더욱 행복한 인생’
Chapter 2 - 70세까지 살아온 이야기
065 ............ 방송과 함께한 50년의 삶
할머니와 방송국 / 초대 모니터 시절 / 400대 1의 여원사와 KBS 합격 / 방송문화연구실과 국제방송국 기획실, 그리고 동양방송 / 잊을 수 없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 ‘오후의 로터리 / 32년간의 라디오맨 / 퇴직했어도 여전히 방송인 / 제2의 인생, 프로듀서에서 여행 연출가로!
089 ............ 교직생활 33년의 시작과 끝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셨던 부모님 / 선생님으로서의 첫걸음 / 첫 부임지 문영여중과 이에리사 / 서울여상에서의 31년 / 잊지 못할 졸업생들
Chapter 3 - 부부의 하루 일과 & 고마운 분들
122 ............ 부부의 하루 일과
도심형 실버타운(Silver town)에 사는 기쁨 / 70대도 이곳에서는 젊은이! / 매일 바치는 기도 / 문화산책 ‘청류회(淸流會)’ / 은퇴 후에도 의미 있는 삶을 살려면 / 눈부신 황혼
153 ............ 고마운 분들
한국 첫 재속 프란치스칸 사제 오기선 신부님 / 아, 그리운 김몽은 신부님 / 내가 만난 김수환 추기경님 / 평화와 기쁨을 주는 윤루가 주교님 / 석양배(夕陽盃) 나누던 시인 구상 선생님
Chapter 4 - 우리들의 신앙생활
186 ............ 믿음이 있기에, 그대가 있기에
내가 만난 천주교 / 재속 프란치스코회의 일원으로 / 일과 신앙 / 신앙인으로서의 활동 / 자식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 아들을 천주교 사제로 둔 이야기 / 좋은 반쪽이 되려면 / 자녀를 위한 기도 / 마음의 울림
Chapter 5 -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237 ............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은 늘 우리를 부르신다 / 오늘이 나머지 인생의 첫날 / 죽음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자세 /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 나의 유언장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묘비명은 이렇게 / 아름다운 마무리
책속에서
나는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도 늘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그 결론은 내가 좋아하는 ‘여행가’로 살겠다는 것이었다. 여행가 중에서도 가장 적은 비용으로, 자유롭고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배낭여행가가 되고 싶었다.
그 당시 “하늘에는 안창남, 땅에는 엄복동, 해외여행은 김찬삼”이라는 말이 있었다. 안창남 씨는 비행기 조종사였고, 엄복동 씨는 자전거 선수였다. 김찬삼 씨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해외 여행가였다.
이렇게 한 가지 분야에서 1인자로 살고 있는 분들이 무척 부러웠는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나 역시 어떤 분야에서든 1인자가 되고 싶었다. 그 순간 떠오른 것이 ‘대한민국 최초의 부부 배낭여행가’였다.
내 뒤를 이어 아내가 교직에서 물러나 합류하였고, 여행자유화 이후부터 우리 부부의 본격적인 배낭여행이 시작되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배낭여행을 그것도 부부동반으로 다니게 되자,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가 ‘부부 배낭여행가 1호’로 불리게 된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운동을 좋아했다. 아버지는 기관장 시절 직접 테니스장을 만드실 만큼 운동을 좋아하셨고, 실제로도 정구선수셨다. 나 역시 이런 아버지의 소
질을 물려받아 초등학교 때부터 피구, 배구, 정구 선수를 했었고 서울대 시절에는 배구선수로 활약하기도 했었다.
이 덕분에 나는 누구보다 운동선수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에리사의 행동에 화가 났던 것 같다. 결국 이에리사를 교무실로 불러들여서 무릎을 꿇게 하고 손을 들게 했다. 그러고는 무척 엄하게 야단을 쳐주었다.
선생님 부임 첫 해인 2학년 초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햇병아리 선생님이 참 겁도 없었다. 그 유명한 이에리사에게 그렇게 혹독한 벌을 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내게 혼쭐이 난 이후인 2학년 2학기부터 이에리사가 훌륭한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 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정현숙과 복식으로 출전해 우승까지 거머쥐었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나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중에서야 교무실에서 벌을 받았던 이야기가, 그녀의 책 『2.5g의 세계』에 실려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의 인생을 좌우한 사건이라면서 잊지 못할 선생님으로 나와 스카우트 선생님을 언급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무척이나 고맙고 명예로운 일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도심형 실버타운을 분양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읽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가서 보기나 하자.”고 들렀던 곳이, 지금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그레이스 힐(Grace Hill)’이다.
실제로 와서 보니 이미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준이 꽤 높았다. 국가 고위직부터 시작하여 각 대학 총장들, 의사, 박사 등등. 게다가 하루 스케줄이 꼼꼼하게 짜여 있어서, 각자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내가 걱정했던 식사 역시 영양사가 있어 매끼마다 열량표와 함께 바나나, 양파, 토마토 등의 노인에게 좋은 식단으로 세심하게 꾸며져 있었다. 또한 뷔페 형식이어서 가짓수도 많고 자기 건강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었고, 24시간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어 당뇨환자인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겉에서 보기에도 실버타운 구조 자체가 휴식과 각종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리조트 같았다. 여기에 호텔처럼 사람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큰 로비와 좋은 정원까지 갖추고 있었다. 더불어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 실내 골프장, 탁구장, 사우나, 찜질방, 노래방 등의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자신이 선택한 프로그램 이외에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가족은 물론이요 지인까지도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었다.
특히 우리 부부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도심형 실버타운답게 ‘그레이스 힐’이 교통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바깥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9호선 가양역을 바로 옆문을 통해 드나들 수 있고 공항철도 이용도 용이하며 강남까지 25분밖에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다. 이밖에도 게스트하우스까지 있어, 멀리 외국이 나 지방에서 오는 방문객들을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호텔 못지않은 수준으로 쉬게 해줄 수 있었다.
직접 이곳을 둘러보고 나서야, 실버타운이 외롭고 불쌍한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되었다. 요즘 와서는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실버타운이 일상의 연장이며, 오히려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입소를 꺼리던 사람들도 이제는 자리가 없어 들어오지 못한다 하니, 몇 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