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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026891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9-02-01
책 소개
목차
제1장
DISAPPEARED INTO THE THIN AIR 07
제2장
KING 37
제3장
LAKE CRESCENT LODGE 71
제4장
ELEVATOR 145
저자소개
책속에서
태호는 어젯밤 속이 너무 쓰려 위장약에 신경 안정제까지 곁들여 먹고, 응접실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최근 사사건건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는 아내, 일주일 전 날아온 세무조사 통지문, 매일 컴퓨터 앞에서 주식정보를 쳐다보며 팔아야 하는지 더 버티고 있어야 하는지를 몰두하다 보니… 위장약만 가지고는 통증이 가시지 않아 안정제까지 곁들인 것이다.
“제기랄”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좀 화가 치민 상태였는데, 눈을 떠보니 어스름한 이른 여름 새벽, 벽시계는 5시를 살짝 넘어서고 있었다. 중간에 화장실 한번 안 갔으니 최근에 오늘처럼 푹 자 보기도 처음이었다. 별로 기억나는 꿈도 없었고 머리도 띵하지 않았다.
습하고 더워 엉금엉금 다가가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여니 여름날의 풀벌레소리와 매미소리가 한꺼번에 방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매일 아침 그랬듯이 태호는 오디오 스위치를 올렸고, FM에서 바로크 음악이 부드럽게 조용히 흘러나왔다. 그는 덜 깬 눈꺼풀을 가늠하며 정수기 앞으로 걸어갔다. 냉수 한 컵을 마시고 간밤에 쌓였을 위산이 몽땅 씻겨 내려가도록 연이어 한 잔 더 벌컥 벌컥 목구멍 속으로 넘겼다. 밖을 보니 새털구름의 어스름한 금빛물결이 아침 동녘을 살짝 수놓아가고… 태호는 다시 소파에 벌렁 누워서 때마침 흘러나오는 금관악기의 부드러운 선율에 맞추어 발가락으로 박자를 맞추어 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다시 깨어난 태호는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고 신문을 찾았으나 아직 배달이 되지 않은 모양이다. 사무실에 가면 2, 3개의 다른 신문을 볼 수 있지만 집에서 아침 신문을 안 보면 뭔가 서운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조기체조를 시작. 윗몸 일으키기 30번, push up 30분에 이어서 제자리 뛰기 300번을 점차 강도를 높여 헉헉거리는 속도까지 올려 나갔다가 서서히 제자리걸음으로 나아간다. 용변, 샤워 그리고 면도까지 하고 보니 7시 30분을 넘긴 것 같고, 태호는 그제서야 안방을 열고 들어가 열린 문으로 침실을 들여다보니 아내가 안 보인다. 새벽기도에 간 것 같은데, 곧 돌아올 시간이긴 하다. 아들 경수는 컴퓨터에 빠진 올빼미족인지라 제 방에서 자고 있을 터, 11시는 넘어서야 일어나곤 하니…. 결혼 후 아침식사는 줄곧 빵으로 간단히 한 터라 태호 혼자서도 쉽게 챙겨먹고 나갈 수 있다.
혼자 식사를 차려먹고 집을 나선 것은 아침 8시가 넘어서였다. 마누라가 여태까지 무슨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인지? 혹시 바람이 났나? 화가 났지만 사무실 출근시간이 중요하다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때는 한여름, 아침은 그래도 견딜 만하지만 오늘도 낮에는 찜통이겠지… 아파트 마당에는 여러 종류의 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고, 태호는 차 시동을 걸고 서서히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아파트 정문 앞 교차로 빨간 신호등이 좌회전을 막고 있는데 태호의 승용차 이외엔 기다리는 차가 보이지 않는다. ‘너무 이른 시간인가’ 태호는 승용차 계기판의 시계를 흘끗 확인해보니 8시 30분에 다가서고 있는데… 신호를 무시해도 될 것 같다.